“우리가 해외에 사는 입양인이지만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을 수는 없습니다. 제가 입양인을 위한 활동을 하는 이유입니다.”
19일 서울 화양동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개막된 해외입양인연대(G.O.A’L: Global Overseas Adoptees’ Link) 연례 회의에 참석한 서니 조(29ㆍ여)씨는 해외에 흩어져 사는 한국입양인들에게는 유명인사다. 해외입양인들을 위한 첫 NPO(비영리기구) ‘Korean @doptees Worldwide’의 회장이자, 미국 호주 캐나다 등에 약 1,500명의 회원이 있는 같은 이름의 인터넷 포럼 운영자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강원 안흥 출신이다. 군복무 중이던 아버지와 어머니, 두살 위의 오빠와 같이 살던 중 집안 사정으로 아버지가 1977년 탈영한 이후 어머니가 식당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결국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네살 난 오빠와 두살 난 그녀는 각각 미국, 노르웨이로 입양됐다. 그녀는 스타뱅거라는 도시에서 아동복지단체에 근무하는 양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자랐다고 했다. 양부모는 그녀가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한국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해 알려주었다.
하지만 많은 입양인들이 느끼는 정체성 혼란을 그녀도 느꼈다. 고교 졸업 후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유럽, 미국 등을 여행하다가 열세 살 때 문화체험캠프에서 한국 입양인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때가 가장 편한 느낌을 가졌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래서 여행에서 돌아와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대학에 입학한 1998년 한국 입양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작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그것이 점차 커져 현재 회원이 1,500명에 달하는 글로벌 온라인포럼이 된 것이다. 2004년에는 ‘Korean @doptees Worldwide’라는 이름으로 NPO 등록까지 마쳤다. 그녀는 2000년 해외입양인연대 주선으로 인천에 살고 있는 친부모와 재회했다.
대학 졸업 후 스웨덴으로 이주한 그녀는 한국입양인과 관련한 책을 서너 권 냈고, 미국 인디애나주에 있는 ‘트루펜시 출판사’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가 올해 출판한 ‘KADirectory 2005’에는 세계 각국에 살고 있는 한국입양인들의 주소, 관련단체, 입양기관 등이 수록돼 있다. 그녀는 “2년에 한번씩 목록을 갱신하고, 베트남 인도 등 전 아시아 입양인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로 6회째인 해외입양인연대 연례회의에는 전세계 한국입양인 100여명이 참가, 20일까지 공개토론, 강연, 입양인밴드 연주 등의 행사를 갖는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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