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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엄마는 칠십에 바다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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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엄마는 칠십에 바다를 보았다

입력
2005.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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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칠십이 넘은 어머니가 이번 여름에 막내딸을 따라 며칠 해수욕장에 놀러갔다. 딸이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동차 뒤에 타고 있는 두 살짜리 쌍둥이 아들을 봐 줄 사람이 필요해서였다. 당장 자동차에서도 부부가 앞자리에 앉고 뒷자리에 어머니가 두 아이를 보살피며 가야 했다. 밤에 잠을 잘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바다에 도착해 어머니는 거의 벌거벗은 채로 해변을 가득 메우고 있는 사람들과 색색의 파라솔을 보고 입을 딱 벌린다. “얘야. 나는 바다 옆은 지나다녀봤어도 이렇게 해수욕장에 와 보는 것은 처음이란다.”

그 말에 딸도 놀란다. “엄마. 정말 처음이야?” “그래. 너 어릴 땐 이럴 새도 없었고.” “아니, 나중에라도 오빠들이 엄마 데리고 바다 안 갔단 말이야?” “그래.” “언니들도?” “그래.”

막내딸은 오빠 언니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씩씩거리지만, 저 역시 누군가의 손이 필요한 쌍둥이들만 아니라면 절대 엄마와 함께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까지도 엄마는 해수욕 같은 것 안 해도 되겠지, 또 누구와 다니겠지 하는 생각으로 저희들끼리만 다녔던 것이다. 잘 아는 것 같아도 우리는 이렇게 어머니를 모른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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