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에 요즘처럼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맞아 떨어진 때도 없다. 휴가 시즌인 8월에만 4건의 사고가 발생, 294명이 숨졌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요금이 싸고, 안전도가 떨어지는 항공사를 이용한 승객들만 모두 희생됐다.
4건 가운데 콜롬비아의 웨스트 캐리비안 항공의 MD-82, 키프로스의 헬리오스 항공의 보잉 737, 튀니지의 전세기에 탄 승객ㆍ승무원은 참사를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2일 프랑스의 에어프랑스 소속 A340 제트여객기는 토론토 공항의 담벼락을 들이박고 전소됐지만, 기내의 309명은 기적처럼 모두 살아났다. 사고원인이 어디에 있든 이런 차이는 2000년 이후 대형사고에서 발견되는 추세와 거의 일치한다.
지난 5년간 큰 사고를 낸 항공사들은 러시아 중국 아프가니스탄 필리핀 케냐 등 소속이다. 선진국 발 사고는 2001년 11월 미국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에어버스 추락(265명 사망)이 유일하다. 선진국 항공사들은 4년째 희생자 없는 안전운항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회원국 가운데 26개국이 안전기준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아프리카, 남미, 카리브해에 위치한 국가들이다.
특히 남미와 아시아를 중심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저가 요금 항공사들은 안전 문제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16일과 14일 사고를 낸 웨스트 캐리비안과, 헬리오스 역시 신생 저가 항공사에 속한다.
웨스트 캐리비안은 규정을 수시로 위반해 지난달 1주 운항금지 조치를 당했으며, 사고기는 지난달 꼬리 부분이 떨어지고 2주전에도 고장을 일으켰다. 헬리오스의 사고기를 조종한 팜보스는 항공일지를 쓰며 “내용이 공개되면 항공사가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아들이 폭로했다.
선진국들은 이런 문제 항공사와 항공기의 취항을 거부하고 있다. 미 연방항공국(FAA)은 지난해 가나항공의 운항을 거부했으며, 항공사 안전도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럽연합(EU)도 문제 항공사와 항공기를 공표하는 ‘블랙 리스트’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전미 교통안전국 운영국장을 지낸 피터 고엘즈는 “나는 카르브해를 여행할 때는 비싸도 미국의 주요 항공사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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