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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인은 버섯과 열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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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인은 버섯과 열애중”

입력
2005.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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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사람들은 요즘 버섯과 ‘열애’중이다.

국토의 절반 이상이 울창한 숲인 스웨덴에서 ‘버섯 캐기’는 많은 사람들이 취미로 즐기지만 이번 여름은 13년 만에 닥친 최악의 습한 기후 탓에 유달리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강렬한 햇빛 아래 주변 섬에서 수영과 보트 타기에 익숙한 사람들은 견디기 힘든 불행이자 재앙이라며 불만에 차 있다.

올해 여름은 예년처럼 무덥고 건조하게 시작됐지만 곧 흐린 날씨와 비가 끊임없이 계속되는 이상 기후로 돌변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사회민주당 소속 요란 페르손 총리는 “우리가 역대 최고의 버섯 풍년을 맞이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6일 페르손 총리가 버섯 구호를 내세우는 것은 일자리 창출 등 별 효과가 없는 전통적인 슬로건을 내걸기보다는 그래도 잘 되는 분야를 거론해 민심을 붙잡아 보려는 속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공식 석상에서 부인과 버섯을 캐러 갔다가 발부리가 나무에 걸려 고생한 일화를 털어놓는 등 버섯 캐기 열풍을 부추기고 있다. 현지 언론도 ‘버섯 숲, 최고의 해’,‘독버섯 주의!’등이 신문의 1면 헤드라인으로 나갈 만큼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톡홀름 버섯의 친구’같은 각종 클럽에서는 버섯 따기 소풍 이벤트를 제공하고 ‘균류를 위한 스웨덴 사회’등의 학회에서는 버섯 특별 세미나를 준비중이다. ‘죽음의 모자’나 ‘광대버섯’같은 독버섯을 찾아내는 책들이 서점 가판대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인터넷에는 어느 지역에 가면 좋은 버섯이 있다는 내용의 정보가 널려 있고, 버섯 채취용 특수 칼과 솔, 바구니도 부쩍 잘 팔리고 있다.

어릴 때부터 버섯광인 하칸 보도씨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버섯을 따려고 보트를 주고 숲속 깊숙한 곳에 있는 오두막집을 샀다”고 말했다. 은퇴자대책협회 회장인 그는 매일 아침 스톡홀름 남쪽의 이 오두막에 들어가 4~5시간씩 버섯 사냥을 한다. 은행 중역인 아내 릴리안씨는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단번에 날려보내는 최상의 방책”이라며 “버섯의 낙원인 스웨덴 숲속에서 고요를 즐기고 자연의 냄새에 취해보라”고 권유했다. “좀더 색다른 버섯 탐험을 위해 국립버섯컨설턴트협회 전문가들이 권하는 버섯 따기 노하우를 익혀 놓았습니다. 물론 누구도 자기만 아는 비밀 장소는 발설하지 않지요.”

버섯을 캐는 데는 고양이나 돼지 같은 동물을 활용하기도 한다. 스톡홀름 서쪽 에스킬스투나에 사는 잉게르 아네르손씨는 고양이 빌레와 버섯 사냥을 한다. “이 녀석은 이끼 밑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살구버섯 냄새를 맡고 야옹~ 하고 알립니다. 작은 트럼펫 모양의 살구버섯은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버섯이지요. 향내도 은은한데 빌레 덕분에 작년에는 20리터나 땄어요. 새 버섯 요리를 개발하는 것도 재미 만점이지요.”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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