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떡값 뿌리며 檢·警·言 '주물럭'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떡값 뿌리며 檢·警·言 '주물럭'

입력
2005.08.18 00:00
0 0

17일 드러난 거물 브로커 홍모씨 사건은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뿐 아니라 언론사까지 총망라한 ‘검·경·언 커넥션 사건’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아직 홍씨의 인맥 관리 다이어리 수첩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현직 부장검사, 상당수의 검찰 출신 변호사, 검찰 직원 , 총경급 간부를 비롯한 경찰 간부 수명, 모 방송사 기자 6명까지 연루된 사상 최대 규모 브로커 사건이다.

지금까지 수사기관별로 다양한 인맥을 동원해 사건 수임이나 건설업 이권에 개입한 브로커는 많았지만 1명의 브로커가 수사를 담당하는 권력기관과 언론기관에 떡값을 뿌리며 사건을 청탁한 대형사건은 전무후무하다.

현재까지 알려진 인물은 10여명에 불과하지만 홍씨가 자신이 선을 댄 인물들을 인맥 관리 수첩에 꼼꼼히 기재해 놓아 내용이 공개될 경우 여파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경찰은 이 수첩이 홍씨가 위세 과시용으로 허위 또는 과장해 작성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확인 중이다.

홍씨 수첩의 민감성 때문에 검·경은 이번 사건의 수사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계속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을 둘러싼 갈등이 채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누가 이 수첩 수사를 하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경찰은 수첩을 검찰에 바로 제출하지 않았다. 17일 밤 검찰 수사관이 직접 경찰을 방문해 수첩을 확인한 점, 경찰 간부가 두 차례나 검찰을 방문해 관련 사실을 보고한 점, 지방에 숨어 있던 홍씨를 검거한 직후 휴가 중이던 검찰 간부가 긴급히 복귀해 수사를 지휘한 점 등도 민감한 분위기를 설명해준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과거 의정부 법조비리사건과 대전 법조비리사건, 2003년 현직 검사 20여명이 연루된 법조브로커사건에 이은 ‘제4의 법조비리’로 번질 것을 우려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홍씨의 수첩에 현직 부장검사 이외의 전·현직 검사들 상당수가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점도 검찰로선 당혹스럽다. 경찰쪽은 일단 연루된 직원들이 최고위층이 아닌데다 홍씨로부터 받은 돈의 액수가 적어 검찰보단 느긋한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오래전부터 브로커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였다. 이번 사건 같은 전형적인 사건브로커는 물론 법조 주변 브로커, 탈북알선 브로커, 외국인 노동자 브로커 등 이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끼어드는 암적인 존재였다.

사건브로커는 각종 사건에 관련된 의뢰인으로부터 돈을 받아 이 가운데 일부를 자신이 중개비용으로 차지하고 나머지를 검사나 경찰관에게 주면서 사건의 원만한 해결을 부탁하는 것이 가장 전형적인 형태로 추정돼 왔다.

또 의뢰인의 부탁에 따라 해결사를 고용해 폭력적으로 채권 추심을 하기도 한다. 사건을 변호사에게 알선하는 일도 한다. 이들은 의뢰인의 사건청탁 사실을 약점으로 잡고 역으로 의뢰인을 협박해 돈을 받아내기도 한다.

가끔씩 소규모 사건브로커가 구속되는 경우가 있었으나 홍씨 같은 거물이 검거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대형 브로커 사건이 터져나오면 검찰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지만 이미 만연한 브로커 폐해를 완전히 뿌리뽑지는 못했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