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 상장법인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및 LCD 업황 부진과 환율 하락 등으로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18일 증권선물거래소와 상장회사협의회가 유가증권시장 532개사와 코스닥시장 721개사가 제출한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각각 24조1,272억원과 9,21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1.63%, 22.70% 감소했다. 양 시장 모두 상반기 매출총액은 2%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유가증권시장이 19.19%, 코스닥시장은 11.36%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업종별로는 IT를 중심으로 제조업 실적이 부진했던 반면, 금융업종은 호조세를 이어갔다. 유가증권시장 제조업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3조783억원과 21조3,444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27.51%, 19.90% 감소했다. 이는 1,000원 어치를 팔 경우 81원의 영업이익을 남긴 것으로, 전년 동기의 115원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졌다.
제조업의 수익성 악화는 IT 기계 음식료품 운수창고업종 등이 주도했다. 전기전자업종은 상반기 내내 원화 강세와 D램 휴대폰 등의 업황 부진에 시달리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61.34%, 62.38% 급감했다. 기계업종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2.24%, 음식료품과 운수창고업의 순이익은 각각 31.49%, 28.14% 감소했다. 반면, 금융업종의 상반기 매출액은 17조9,15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22% 감소했으나, 영업이익과 반기 순이익은 각각 360.08%, 323.49% 늘어났다.
코스닥시장 역시 IT기업이 많이 포진한 벤처기업 부문의 수익성이 나빠졌다. 비금융업 711개사 중 일반기업 부문의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1.63% 늘어났고 순이익은 7.47% 감소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벤처기업 부문은 매출액이 6.76% 증가한 대신, 순이익은 48.93%나 줄어 거의 반토막 났다. 업종별로는 운송과 IT하드웨어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68.02%, 64.09% 급감했다. 이에 따라 다음 웹젠 하나로텔레콤 등 대표기업들이 적자로 돌아서는 등 분석대상 721개사의 31.06%(223개)가 적자를 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경기 회복세가 점차 가시화하면서 3분기부터 기업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점쳤다. 최근의 주가 강세도 이 같은 기대감을 선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IT제품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환율 부담도 완화하고 있어 2분기 실적이 바닥일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등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김영익 리서치센터장도 “내수 회복과 함께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기업 실적이 2분기를 바닥으로 3분기부터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선 최근의 원화 강세와 고유가, 금리상승 등 이른바 ‘신 3고’ 현상으로 실적 개선 추세가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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