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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작품 중 절반 가량 진위 불투명" 주장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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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작품 중 절반 가량 진위 불투명" 주장 제기

입력
2005.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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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서화(詩書畵)에서 모두 최고의 경지를 이룬 조선의 천재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ㆍ1786~1856). 경쾌하고 율동적이며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그의 작품은 그래서 늘 많은 사람의 찬사를 받았다. 웬만한 작품은 보통 억대를 호가하는 것도 그 때문.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추사의 작품들은 늘 진위(眞僞) 논란에 휩싸여 왔다.

고서화 수집가 이영재(李英宰ㆍ75)씨가 미국 시카고박물관 동양미술부에서 연구중인 그의 아들 이용수(李庸銖ㆍ32)씨가 대담하게도 그 동안 알려진 추사 작품 전체에 대한 진위 규명을 시도했다. 그 연구결과를 집대성해 최근 발간한 책 ‘추사진묵_추사 작품의 진위와 예술혼’에 담았다.

이영재씨 부자는 “세간에 추사 작품으로 알려진 207점의 서체와 화법 등을 정밀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54점이 위작, 27점이 타인 작”이라며 “또 다른 20점도 진위가 불투명해 앞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거의 절반 가까이가 믿지 못할 작품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이 위작으로 지목한 작품 상당수는 유명 미술관의 소장품들이어서 추후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진본의 판정 기준은 작가 자신이 친필로 쓴 화제(畵題ㆍ그림의 제목이나 그림과 관련한 시)와 관서(款書ㆍ작가의 호나 이름). 저자들은 “서화예술작품에서 인장이나 그림은 모방이 가능하지만 화제나 관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화제나 관서는 붓으로 써야 하는데 붓은 굉장히 민감한 것이어서 덧칠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

이들은 대표적인 위작으로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2002년 출판한 ‘완당평전’에서 추사의 대표작으로 소개한 ‘선게비불’(禪偈非佛)을 들었다. 우수한 작품이기는 하나, 획이 너무 약해서 속이 꽉 차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추사의 대표작으로 인정되는 ‘호고연경’(好古硏經)에 대해서도 이들은 일부 글자에서 생동감, 율동미를 찾아보기 힘들고 균형이 없으며 추사가 기피하는 획을 사용했다는 점 등을 들어 역시 위작으로 판정했다. 또 ‘다반향초’(茶半香初)는 해서 위작 가운데 가장 잘된 것이기는 하지만 획이 무르고 전체적인 균형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또 추사의 제자 즉 권돈인(權敦仁) 조희룡(趙熙龍) 윤정현(尹定鉉) 이하응(李昰應ㆍ흥선대원군) 등의 작품을 추사 작품으로 잘못 아는 경우도 많다고 주장했다.

‘운외몽중’(雲外夢中)은 획이 좋고 예서, 행서 모두 좋으나 작자(作字ㆍ글자 하나하나를 쓰는 법), 배자(配字ㆍ글자의 배치), 행획 등이 추사의 필법과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다, 권돈인의 호 ‘나가산인’(那伽山人)이 관서로 적혀 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권돈인의 작품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좌해금서’(左海琴書)는 신품(神品)이라 부를 만큼 뛰어난 작품이지만 추사가 아닌, 이하응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이하응은 추사 서체와 구별되는 자신만의 서체를 창안했다는 점에서 이씨는 그를 ‘추사의 수제자’로 부를만하다고 평가했다.

3년 전에도 신문기고문을 통해 추사의 작품에 가짜가 많다는 주장을 펴 큰 논란을 일으켰던 이영재씨는 “우리 학자들의 감식안이 떨어지는데다, 소장자들이 작품가격 등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진위 여부를 둘러싼 치열한 비평문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추사의 작품은 워낙 우수하기 때문에 그 실제 모습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연구작업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현재 우리의 풍토에서는 제대로 된 감식 및 비평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추사의 상당수 작품들도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씨 등의 연구성과를 제대로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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