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휴대폰 불법도청 가능성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정밀 재검토하고 있다.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17일 “통신업체 전문가를 상대로 의견을 구한 결과, 휴대폰 도ㆍ감청가능 여부에 대해 자신이 속한 회사나 기관에 따라 조금씩 의견이 다르다”며 “앞으로는 학계의 의견도 들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국가정보원이 휴대폰 불법도청 사실을 고백한 마당에 검찰이 휴대폰 도ㆍ감청의 기술적 근거와 실제 도ㆍ감청 여부를 재확인하는 것은 이 기회에 논란이 된 휴대폰 도ㆍ감청에 관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2002년 국정원 도청의혹 사건을 올 4월 종결하면서 “휴대폰 도ㆍ감청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가 국정원의 발표로 신뢰성에 큰 상처를 입은 검찰로선 ‘돌 다리도 두드리고 건너야’ 하는 입장이다.
때문에 공식브리핑 자리에서도 “예단을 갖지 않겠다” “제로베이스에서 수사해간다”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 심지어 “휴대폰 도ㆍ감청이 가능하다”는 국정원 발표가 뒤집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휴대폰 도ㆍ감청 부분에 대한 국정원 자체조사 결과가 매우 부실해 검찰이 ‘기초공사’를 새로 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엔 불법도청이 없었다”“국정원 발표는 과장됐다”는 김대중 정부 관계자들의 반발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과학적 증명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검찰은 일단 ‘생각이 사실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이 생각을 결정해야 한다’는 수사원칙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황 차장이 현 정부의 도청 여부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어느 정부, 어느 시기에 초점을 맞춰서 (수사)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도청이 있었다면 전부 관심 대상이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 정부도 관련 사실이 나오면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진실규명 의지에도 불구하고 불법도청에 관련된 전ㆍ현직 국정원 직원들이 검찰 소환에 잇따라 불응하고 있어 검찰의 진실규명 의지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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