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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황우석과 고령화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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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황우석과 고령화사회

입력
2005.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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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팀이 스너피라는 복제 개를 만들어 다시 한번 화제가 되었다. 난치병도 치료하고 수명이 다한 장기도 갈아 끼우는 세상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게다가 이런 꿈같은 세상을 우리 한국 과학자들이 한발 앞서 실현하고 있으니, 필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럽고 기쁘기 그지 없다.

그러나, 황교수팀의 잇따른 성공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도리어 무겁고 걱정이 된다. 눈부신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오랜 인류의 꿈인 ‘불로장수’에 성큼 성큼 다가가고 있는데, 왜 이리도 걱정이 앞서는가? ‘아는 게 병’이라고, 고령화사회의 어두운 그림자가 필자의 눈에는 보이기 때문이다.

평균수명의 증가는 당장 연금재정과 의료비용에 적신호를 던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추계에 의하면, 2000년에서 2030년까지 고령화로 인해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사회보장 비용이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5.6%에 이르게 된다. 물론 이 추계에는 황교수 팀의 생명공학적 성과는 감안이 안된 것이다.

생명공학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획기적으로 발전할 경우, 고령화로 인한 추가적 사회비용은 아마 GDP의 10%를 훌쩍 넘고도 남을 것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는 오래 살게 되어 기쁘지만, 나라의 살림을 걱정해야 하는 행정학자로서 마냥 즐겁지 만은 않은 이유이다.

●사회보장의 새로운 틀 필요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먼저 건강한 노인들이 자식과 국가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도록 고령자의 고용기회를 확대하여야 한다. 정년연장, 고령 일자리 확대, 임금피크제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그러나 노인세대의 고용기회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어르신들의 경험도 중요하나 이 보다는 새로운 지식과 기술에 대한 습득력이 고용가능성을 결정하는 지식정보화사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는 늘어만 가는 노인세대의 부양이라는 현실 인식 속에 사회보장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

먼저 사회복지 지출의 50%를 차지하는 연금에 대한 수술이 불가피하다. 눈덩이 같이 늘어가는 연금지출로 인해 의료, 보육, 공공부조, 교육, 공공주택 등 여타 사회보장지출이 위축되는 구축효과를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연금개혁의 핵심은 국가가 사망 시까지 생애소득의 일정 비율을 보장해주는 현행 확정급부방식에서, 개개인이 낸 만큼 보장 받는 확정급여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이는 장수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부양비용을 원칙적으로 국가가 아닌 개인 책임화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국가는 이로부터 발생하는 여유재원을 저소득층 노인의 부양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의료보장제도에 대한 정비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건강증진과 예방을 위해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1차 의료(primary care) 시스템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병을 키운 후에 종합병원에 입원하고 고가의 약과 수술에 의존하는 현 시스템에서 생명공학에 의한 생명연장은 의료비의 폭증을 예고한다.

나이 들면 안 아픈 데가 없겠지만, 젊을 때부터 가정의의 보살핌 속에 금연하고 식사조절과 운동 등을 꾸준히 하면 황교수팀의 생명공학에 의지하지 않고도 건강하게 오래 잘 살 수 있다. 당뇨로 고생하다 고가(高價)로 신장을 갈아 끼우는 것보다, 당뇨에 안 걸리도록 미리 예방하는 게 순리이며 비용 효과적이다.

●생명공학이 다 해결은 못해

정부는 계속 생명공학의 발전을 진흥 시켜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초고령사회의 문제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건강하게 노후를 맞이할 수 있도록 건강증진과 예방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중산층 은퇴자에 대한 과도한 책임은 덜어내고, 대신 그만큼 저소득 노인의 기초보장에 집중할 수 있는 연금제도 등 고령화사회에 적합한 사회보장제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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