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에 맞춰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의 새 틀 짜기에 나섰다. 노 대통령이 17일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을 교체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청와대 참모 진용을 크게 개편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실장이 후반기에는 새로운 개념의 비서실장이 필요하다고 판단, 사의를 표명하는 형식이었지만 노 대통령이 이를 수리했다는 사실은 참모 진용의 개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주 386세대 핵심 측근인 이호철씨와 천호선씨를 요직인 국정상황실장과 의전비서관에 각각 기용한 것도 참모진용 개편의 전주곡이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 개편 방향은 정무형 비서실장 임명과 친정(親政)체제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김 실장이 실무형이었다면 이번에는 정무에 밝은 사람이 새 비서실장을 맡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인선 방향을 예고했다.
정무형 비서실장을 기용하려는 이유는 후반기 국정 과제와 환경이 대부분 정치 문제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최근 제시한 집권 후반기 핵심 과제들은 선거구제 개편, 연정(聯政), 과거사 청산 등이다.
게다가 청와대는 10월 재ㆍ보선과 내년 5월 지방선거에 대비해야 한다. 여소야대 구조인데다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치력 있는 인사가 나서서 꼬인 정국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따라서 후임 비서실장은 여당의 전ㆍ현직 의원이나 정치력을 겸비한 전직 장관이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김혁규(비례대표) 의원, 허성관 전 행자부 장관 등이 거명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청와대 내에서는 김병준 정책실장도 후임으로 거명되지만 김 실장은 금년에는 정책 업무를 계속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비서실장 교체에 따라 청와대 수석비서관 일부의 교체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퇴 대상자로는 10월 재보선 출마 가능성이 높은 이강철 시민사회수석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원덕 사회정책수석 등 1년 이상 청와대에 근무한 수석비서관 일부가 교체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청와대비서실 개편 후에는 장관 1~2명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대폭적인 내각 개편은 금년 말이나 내년 초 이루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반기문 외교부장관이 주미대사에 임명되는 등 외교안보 라인에 변화가 생길 경우에는 본격적인 내각 개편이 앞당겨질 수도 있으나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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