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들의 미국 수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올 들어 제2의 수출시장인 미국에 대한 수출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미수출은 최근 4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가 이어지며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에 대한 수출은 1월 34억7,9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5%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4월에 34억6,200만달러로 2.3% 감소한 계기로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특히 6월에는 32억8,2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대비 20.1%나 떨어지는 급락세를 보여준 데 이어 7월에도 32억7,700만달러로 9.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대미 수출액이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200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1~7월 대미 수출액도 233억4,300만달러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 줄었다.
품목별로 보면(코트라 북미지역본부 1~6월 자료 기준) 자동차(-1.7%)와 무선통신기기(-24.8%), 반도체(-8.6%), 컴퓨터(-29.4%), 의류(-34%) 등이 일제히 감소했다.
미국에 대한 수출이 부진한 것은 최근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가격이 싼 중국산의 범람으로 우리나라 제품이 갈수록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월드 트레이드 아틀라스’ 통계에 따르면 1~5월 미국의 대 중국 수입은 전년 동기대비 27.9%나 급증했다. 일본과 대만으로부터의 수입도 각각 8.0%, 4.18% 증가했다. 주요 경쟁국의 대미 수출은 증가한 반면 우리는 미국에서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는 셈이다.
2003년 24.1%, 2004년 27.2%로 1위를 지켰던 한국산 무선통신기기도 1~5월 점유율이 20.7%로 곤두박질치며 중국(29.4%)에 1위 자리를 내줬을 정도다. 무협 관계자는 “미국의 전반적인 경기 회복 지연,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 준공에 따른 자동차 수출 감소, 휴대폰과 컴퓨터 등 정보통신(IT) 부문에서 중국산의 부상 등이 겹치면서 미국 수출이 고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반기에도 주력 수출품이 증가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조기체결 노력, 브랜드 인지도 제고 노력 및 현지 마케팅 강화 등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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