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사상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으나 증권가는 차분하기 그지없다. 주가지수가 1,000선을 넘을 때마다 객장을 점령했던 아줌마 부대도 찾아볼 수 없다.
부동산 때문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하늘이 두 쪽 나도 잡겠다”고 벼르는 부동산이 여전히 더 매력적이라는 굳은 믿음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왜 이렇게 부동산에 집착할까. 수익률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부동산이 주식보다 낫다는 ‘합리적 판단’을 그동안 정부정책이 국민 의식에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정부의 말을 국민들은 반신반의한다.
요즘 어떤 금융기관은 고객 재테크 상담 차원에서 ‘부동산시장 전망’ 자료를 만들어 돌리고 있다. 이 자료는 정부정책에 대한 시장의 냉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자료는 ‘강남 아파트 값은 떨어지지 않으며, 지금이 구입 적기’라고 주장한다. 논리도 제법 그럴싸하다.
이달말 부동산종합대책을 전후해 반짝 급매물이 나오지만 곧 소진된다는 것, 세금을 아무리 높여도 강남 거주자 가운데 세부담 때문에 집을 다급하게 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 오히려 비(非) 강남권의 중소형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자들이 많은 것도 ‘강남 불패’ 신화를 뒷받침한다고 자료는 지적하고 있다.
정책의 수요자는 국민이다. 명분이 제 아무리 숭고해도, 국민들이 경제원론에 나오는 ‘합리적 기대’에 따라 예상 밖의 행동을 하면 그 정책은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이 달 말 종합대책이 더 이상의 개정판이 나오지 않아도 될 최종 완결판이 되려면 시장경제의 섭리를 어느 정도는 인정하고 감안한 것이어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남는 정책은 그래야만 가능하다.
조철환 경제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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