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텔레비전은 채널을 돌릴 때 일일이 텔레비전 앞으로 다가가 채널 단추를 좌우로 돌려야 했다. 소리를 크게 하고 작게 하는 것 역시 그랬다. 그때는 으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인 줄 알아 그걸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이 없었다.
어떤 물건이든 처음부터 불편한 물건은 없다. 불편은 언제나 그것보다 나은 물건이 나온 다음 그 전에 아무 탈 없이, 또 아무 불평 없이 쓰던 물건에 대해 뒤늦게 쏟아내는 투정과 같은 것이다.
이제까지 라디오만 듣다가 사람 얼굴까지 나오는 텔레비전을 보니 그 자체로 놀라운 것이지 왜 채널을 리모컨으로 조정하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돌려야 하나, 이거 불편해서 어떻게 사용하나 생각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구형’은 오래된 물건에만 붙는 이름이 아니다. 요즘 핸드폰처럼 그것이 나오는 순간 이미 구형이 되어버리는 물건들도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물건을 개발해내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지는 ‘개발의 가속도’ 속에 매일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숱한 신형들이 우리 삶을 편하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어지럽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핸드폰 물결을 보며 문득 그런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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