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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 음악의 환생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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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 음악의 환생 음반

입력
2005.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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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벽화 속에 잠자고 있던 고대 이집트 음악을 복원한 흥미로운 음반이 나왔다. 스페인 음악학자 라파엘 페레스 아로요가 10여 년에 걸친 연구 끝에 2001년 스페인 음반사 ‘내추럴 어쿠스틱’ 레이블로 선보인 것을 알레스 뮤직이 수입했다.

이 음반은 파라오가 다스리던 기원전 2700년 경부터 기원후 6세기까지 3300여 년의 이집트 음악에 대한 고고학적 탐구다. 지금부터 무려 5000년 가까이 거슬러 오르는 시간 여행이 아찔한 흥분마저 불러일으킨다.

아로요는 피라미드의 벽화를 비롯한 고대 문헌과 박물관의 고대 악기들, 나일 계곡의 민속, 북아프리카와 근동 등 인접 지역의 음악을 철저히 연구해서 악기와 연주기법을 복원하고 음악을 만들었다. 직접 작곡ㆍ편곡한 이 음악들을 유럽ㆍ아시아ㆍ이집트 연주자들로 하토르 앙상블을 만들어서 지휘하고 녹음했다. 하토르는 이집트에서 음악과 춤의 여신이다.

수록곡은 전적으로 제의적 목적의 노래들이고 하프나 피리, 타악기 반주가 붙어있다. 가사는 상형문자로 적힌 이집트 문헌에서 가져왔으며 신을 찬미하거나 죽은 자의 영혼을 거둬달라고 기도하는 내용이다.

그래서인지 대체로 느리고 평온하며 신비스럽다. 5음계로 되어있고 음을 길게 늘이거나 목을 떠는 창법이 우리 전통음악과 비슷해 그리 낯설지 않다. 수직적 화음 구조 없이 수평으로 진행하는 단선율은 중세 그레고리안 찬트의 느낌을 닮았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음악은 여흥이 아니라 우주의 질서이자 신성한 예식이었다. 이런 생각은 피타고라스와 플라톤의 그리스 철학으로 이어지고 중세까지 지속됐다. 학자들은 서양음악의 기원인 그리스 음악이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 유래했다고 본다.

이런 음반이 많이 팔릴 것 같지는 않다. 수입 물량도 300장 뿐이다. 하지만 인류의 문화유산을 복원하는 차원에서, 또한 특정 시대와 특정 지역에 치우친 음악 편식을 넘어 문화적 감수성을 다양하고 폭 넓게 확장하는 의미에서 반색하며 맞을 귀한 음반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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