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5일 광복 60주년 경축사를 통해 던진 핵심 메시지는 국가권력을 남용, 인권과 민주질서를 침해한 범죄에 대해 민ㆍ형사상 시효를 배제하거나 조정하자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제기해온 ‘과거사 정리’를 집권 후반기에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소급 입법으로 위헌”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시효 배제 왜 꺼냈나
시효 배제 논리는 우선 11월 발효되는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을 보완, 왜곡된 과거사를 확실히 바로잡자는 것이다. 국가권력의 남용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취지도 있다. 시효가 배제되면 그 어떤 권력도 인권과 민주질서를 침해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과거와 미래를 모두 아우르는 셈이다.
여기에는 최근의 도청사건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도청 사건 처리에 있어 정략적 술수나 음모가 전혀 없으며 선명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시효 배제 논리로 표출했다고 볼 수 있다. 또 임기 후반기에도 과거사 이슈를 끌고 가려는 정치적 고려도 작용했을 수 있다.
■ 시효 배제 대상은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과거사법은 대상을 해방 이후 권위주의 시대까지의 사건으로 명시하고 있어 시효 조정 대상도 이와 비슷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도청도 포함될 수 있다”는 설명도 있었다. 이 설명이 최근 논란이 되는 도청은 물론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인권침해 사건, 조작사건 등에 대해 단죄의 시효를 없애겠다는 의미로 해석돼 소급입법 논란이 야기되자 김 대변인은 “형사상 시효 배제는 논의해봐야 하겠지만 장래에 관한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피해자에 대해서는 시효를 없애 충실히 보상, 배상하겠지만 단죄는 과거를 제외하고 앞으로의 사건에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효 배제가 과거 단죄 문제에서는 적용되지 않고 보상과 배상에서는 적용되는 게 법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분리 적용은 어려울 듯 하다. 특히 청와대에서 “대변인의 얘기는 파장을 고려한 수사(修辭)”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시효 배제는 과거 단죄로까지 확대, 추진될 가능성은 있다.
■ 추진 방식과 문제점
시효 조정을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이 불가피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권력 범죄에 대한 시효 조정 문제는 특별법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며 “구체적 방법은 국회가 검토할 문제”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다만 피해자에 대한 배상ㆍ보상 규정을 분명히 하고 재심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과거사법 개정 또는 특별법 제정 등 두 가지 방법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효 배제를 보상과 배상에만 국한한다 해도 소급 입법 논란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보상과 배상의 시효 배제는 곧바로 과거 단죄로까지 확대될 수 있어 소모적 정쟁과 국정혼선을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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