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유신고가 창단 21년 만에 대망의 ‘초록봉황’을 품었다.
유신고는 14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제35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강호 광주일고를 4-1로 누르는 파란을 연출하며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1988년 황금사자기 준우승이 서울에서 열리는 고교야구 전국대회 최고 성적이었던 유신고는 교교야구 왕중왕을 가리는 봉황대기 정상을 차지하며 ‘야구 명문’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3회 무사 2루 상황에서 선발 김형철을 대신해 마운드에 오른 유신고 에이스 배장호는 7이닝 무실점 호투하며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배장호는 유신고가 이번 대회에서 얻은 6승 중 혼자 5승을 챙기며 대회 최우수선수(MVP)상을 거머쥐었다.
유신고는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봉황대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4강까지 치른 5경기 중에서 1점차 승부가 3차례고 나머지는 2점차였다. 더구나 지난 7월 대붕기에서 내리 5경기를 치르며 준우승을 차지한 뒤 약 열흘도 안 돼 봉황대기에 출전해 또 다시 거푸 5경기를 소화하고 결승까지 올랐다.
7월에 열린 대붕기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유신고의 이성렬 감독은 경기 전 “우승을 못 해도 결승에 오른 것만 해도 우리 선수들 업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선뜻 우승을 확신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중심 타자들이 모두 부상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수훈상을 받은 주포 신현철은 대붕기 대회때 오른손 손가락이 금이 간 상태로 6경기를 치렀고, 윤태식 역시 왼손 손목 인대가 나가 제대로 방망이를 돌릴 수 없었다. 두 선수는 모두 매 경기 진통제를 맞고 출전을 강행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4번 타자 배경수 역시 고질인 허리 통증이 도져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 감독은 “부상병동을 데리고 이렇게 우승까지 하다니 너무 가슴이 벅차 오른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광주일고에 선취점을 빼앗겨 0-1로 끌려가던 유신고의 대반격은 6회에 불을 뿜었다. 1사 1,2루 득점 기회를 잡은 유신고는 배장호가 광주일고의 바뀐 투수 나승현을 상대로 적시타를 날려 동점을 만든 뒤 계속된 1사 2,3루 찬스에서 서상우의 좌익수 키를 살짝 넘기는 싹쓸이 2타점 2루타로 단숨에 전세를 3-1로 뒤집었다. 유신고는 8회에 1점을 더 보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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