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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특집/ 기고 - 反日회귀 盧정권에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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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특집/ 기고 - 反日회귀 盧정권에 당혹

입력
2005.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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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패전을 맞아 극단적 내셔널리즘으로부터 해방됐지만 그것은 리버럴리즘의 탄생을 의미했다. 전후 보수세력의 다수는 온당한 내셔널리즘을 제창했고 냉전후 일시적으로 세력을 잃은 리버럴 세력은 그에 대해 경계의 눈길을 보냈다. 이 구조는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문제와 교과서 문제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유효하다.

한국에선 내셔널리즘과 리버럴리즘의 관계가 일본과 반대 구조다. 박정희, 전두환 등의 군부정권은 민족적 가치를 ‘일방적으로’ 강조, 민주화운동을 억압했다. 또 이들 정권은 대미ㆍ대일 관계를 안전보장의 주요 축으로 삼았고 민간주도 통일운동을 북한의 위협을 등한시 하는 것으로 여겼다. 때문에 민주화 이후 리버럴 세력이 민족적 가치의 중심에 북한과의 ‘공조’를 내세운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1998년 김대중 정권이 탄생했을 때 리버럴 세력을 포함한 일본인들은 갈채를 보냈다. 어쩌면 DJ에 대한 지지가 한국보다 일본에서 높았던 것이 틀림없다. 여기엔 유명 정치인인 DJ가 리버럴 세력을 중심으로 한 많은 일본 정치가와 네트워크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 분명히 작용했다. 그러나 가장 큰 요인은 DJ 정권이 리버럴하면서도 국제적 틀을 확고히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는 점일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DJ는 김정일과 남북정상회담을 실현한 2000년에 앞서 주변 4개국 모두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미에 클린턴 정권이 있었다는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현재 노무현 대통령 정권은 정치사적으로 DJ를 계승했지만 많은 일본인들의 눈에는 DJ 보다 국제적 면에서 후퇴한 것처럼 보인다. 노 정권은 집권초기부터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 부시 정권과 알력을 빚었다. 처음엔 좋았던 일한 관계도 올해 들어 노 정권 스스로가 ‘외교전쟁’이라고 말하는 지경까지 왔다. 노 정권은 DJ와는 달리 미일과 알력을 빚는 상태에서 북한과의‘공조’를 계속하려 한다. 국방을 위해 어느 세력과 손을 잡느냐를 뜻하는‘디펜스 아이덴티티’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노 정권은 미일 등 해양세력보다는 중국, 러시아 같은 대륙세력과 손을 잡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졌는지도 모른다. 또 한국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정말로 북한인가 하는 근본적 부분이 흔들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국내정치적 움직임과도 연동돼 있다. 대북 공조와 병행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은 이승만 정권의 ‘반민족행위처벌법’을 떠오르게 한다. 오해를 감수하고 말하면 노 정권은 내정에 있어 일종의 ‘회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한 우정의 해’에 ‘반일’로 회기한 노 정권에 리버럴 세력을 포함한 많은 일본인들이 당혹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인들이 한국의 리버럴리즘에 ‘아름다운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에선 -일본과는 반대로- 리버럴리즘이 내셔널리즘과 연동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일본 보수세력이 한국 군부정권과 우호 관계를 구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의 ‘디펜스 아이덴티티’는 분명 미국, 일본 등 해양세력과의 협조에 있었기 때문에 북한위협 공유가 일한 관계를 좋게 하는 방편일 수 있었다. 그런 일본의 보수 세력이 오늘날 노 정권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국에서 리버럴리즘이 내셔널리즘과 연동하고 내셔널리즘의 많은 부분이 ‘반일’의 계기가 되는 것을 감안하면 종전 60주년을 맞아 일본 리버럴 세력은 ‘아름다운 오해’에서 눈을 뜨지 않으면 안 된다.

구라다 히데야(倉田秀也) 교린(杏林)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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