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카메라 옆으로 빠지고, 액션!”
12일 오후 4시 서울 용산 효창공원 한 귀퉁이에서는 크레인까지 동원된 와이어 액션 장면 촬영이 한창이다. 리얼한 액션 연기도 볼 만하지만 연기자, 제작진 모두 앳된 외모의 고등학생들이라는 점이 관심을 끈다. “학생들이 연기도 참 잘하네.” 발길을 멈추고 구경하던 어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서울 선린인터넷고 멀티미디어과 3학년생 16명이 7월부터 독도를 소재로 한 단편영화 ‘김 구와 삼의사’를 촬영하고 있다.
15분 분량이 될 영화는 역사 교육을 잘못 받은 일본 청소년들이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담은 고(古)지도를 빼앗아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 한국 청소년들이 부활한 김 구 선생과 삼의사(三義士ㆍ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의 도움으로 지도를 되찾고, 마지막엔 독도에서 양국 청소년들이 화해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현재 경기 남양주종합촬영소와 효창공원 등을 돌며 30% 정도 촬영을 마친 상태. 특히 마지막 장면은 독도에 가서 촬영하고, 일본 학생들을 설득하는 대사는 인터넷 등을 통해 공모할 계획이다.
촬영을 돕고 있는 서울시립청소년정보문화센터 윤정일(31ㆍPD) 강사는 “한ㆍ일 간 현안을 청소년들의 상상력으로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영화를 통해 일본의 왜곡된 역사 인식을 비판하고, 우리 청소년들의 역사에 대한 무관심도 되짚어보고자 했지요. 대립보다는 대화를 통한 화해의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생각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대사 중에는 김 구 선생이 주창한 문화강국론과 사해동포주의도 녹여낼 생각이다.
영화가 기획된 것은 지난 5월. 당시 선린인터넷고와 문화센터가 함께 가르치는 산학협동 과목(‘영상 연출’)을 맡은 윤씨와 3학년 멀티미디어과 학생들이 야유회차 효창공원을 찾았을 때였다. 학생들은 윤씨로부터 이 공원에 묻힌 백범과 삼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영화화할 생각을 했다. 이후 학생들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 제작을 준비했다. 감독 겸 시나리오를 맡은 예동희(18)군은“교실에서 이론만 배우다 직접 촬영을 하니까 모르는 게 너무 많다”며 “찍을수록 재미가 붙어 즐겁게 찍고 있다”고 말했다.
윤씨의 노력 덕분에 든든한 후원자도 생겼다. 문화센터와 한국청소년진흥센터에서 후원금 600여 만 원을 얻었고, 12일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회와 공동 제작 발표회도 했다. 또 서울액션스쿨에서 3주 동안 스턴트 훈련도 받았고, 일본어 대사는 한 자원봉사자가 도와주었다.
영화는 10월 9일 효창공원 옆 백범기념관에서 개봉하고 CD에 담아 각 학교에도 나눠 줄 계획이다. 이어 독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국제 청소년 영화제에도 출품할 생각이다.
촬영감독을 맡은 김민성(18)군은 “영화를 찍을수록 독도와 역사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며 “주위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명수 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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