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개발은행(ADB)이 엊그제 “동아시아 국가의 경제가 내년까지 둔화할 것”이라는 반기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우리나라의 올해 GDP 성장률을 전망치(4.2%)보다 낮은 3.7%로 하향조정했다.
정부 목표를 밑도는 이 수치는 분석 대상 12개국(일본 제외) 중 중국(8.9%) 베트남(7.4) 인도네시아(5.6) 등은 물론 필리핀(4.7%) 태국(4.3%)보다 떨어지는 최하위권이다. 그나마 내년 성장률은 4.7%로 예상됐지만 이 역시 싱가포르와 함께 꼴찌권이어서 지난 해까지 포함하면 3년 연속 바닥권에서 헤매게 되는 셈이다.
성장률 저하가 국민생활의 피폐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성장잠재력이 갈수록 낮아지는 상황에서 그것마저 못따라가는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참으로 우려스럽다. 그런데도 정책당국은 물론 한국은행 총재까지 나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주요 지표들이 나날이 개선되고 있다”며 경기 낙관론 전도(傳導)에 열중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색하다.
1100을 오르내리는 주가지수를 앞세워 언론과 학ㆍ재계의 쓴소리를 일축하는가 하면, 심지어 실업률 증가나 소득양극화 등이 경기회복의 초기 징후라는 이상한 논리마저 서슴없이 들이댄다.
빈곤층이 700만명을 넘고 사회 전 부문의 양극화가 갈수록 확대되는데도 정부의 자신감이 넘쳐나는 배경에는 뭔가 믿는 구석이 있겠지만, 솔직히 말해 그 같은 과신은 만용으로 여겨진다. 소비자 기대지수나 기업경기 실사지수 등 심리지표의 변동성이 전례없이 커졌다는 재정경제부의 조사결과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기업과 가계의 불안감을 그대로 보여준다.
‘부동산 시장을 합리화한다’며 보낸 근 1년의 세월도 모자라 이젠 초가삼간을 태우더라도 빈대는 잡겠다는 공격성을 드러내는 정부는 아시아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성장률에 대해 뭐라고 할 것인가. 아직도 과거 정권의 부정적 유산을 구조조정하는 중이라고 강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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