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광복 60주년 기념으로 2002년 불법대선자금 사건 관련자 등 비리 정치인을 대거 사면ㆍ복권한 데 대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뇌물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정대철 전 열린우리당 고문이 불법대선자금 관련 사면대상에 포함된 대목이다.
정씨의 주된 범죄사실은 2002년 3월과 12월 윤창렬 굿모닝시티 대표로부터 쇼핑몰 인허가 관련 청탁과 함께 2차례에 걸쳐 4억원을 받았다는 것.
대선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 신분으로 대한항공 등에서 대선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있었지만 징역 5년의 중형이 선고된 데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법정형 징역 10년 이상)가 적용된 4억원 부분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법무부는 “정씨가 받은 돈이 정치자금의 성격을 띠고 있고, 나중에 받은 돈을 돌려준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또 병합 선고된 ‘경성비리 사건’연루 혐의도 다른 관련자들이 이미 99년 특별사면을 받았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은 13명의 정치인 가운데 유독 정씨에게만 적용되는 기준으로, 정씨를 사면에 포함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논리를 꿰 맞춘 흔적이 역력했다. 정씨가 받은 4억원 중 2002년 3월에 받은 2억5,000만원은 시기적으로 대선자금과 무관하며, 대법원도 4억원 모두를 뇌물로 인정했다.
정부는 이날 불법대선자금 관련 정치인 중 당내 직책상 본의 아니게 ‘악역’을 맡은 정치인은 포함시키되, 이른바 대통령 측근은 제외했다고 사면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안희정, 여택수씨 등은 이번 사면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승리의 공신(功臣)들을 구제하기 위해 사면권을 남용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구심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올 3월 서명한 반부패투명사회협약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홍업ㆍ홍걸씨, 김성호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진 전 주택공사 사장을 사면 또는 가석방한 데 대해 부패척결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민 대다수가 사면에 반대하는 부패 비리 정치인이 대거 포함되었을 뿐더러, 그 대상의 선정과정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정치적 보은(報恩)으로 보인다”며 “사면대상 범죄를 제한하고 사면심사위원회를 설치하여 사면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사면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입법청원하고 개정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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