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가정보원 7급 공개채용에 지원했던 이모(29)씨는 2차 필기시험에서 떨어졌다. 이씨는 올해 재도전을 염두에 두고 어느 정도 점수 차이로 떨어졌는지 알아보려 했지만 합격선이나 자신의 점수를 알 길이 없었다.
국정원이 시험과 관련한 사항을 보안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행정ㆍ사법ㆍ외무고시와 7ㆍ9급 공무원 시험에서도 합격자 발표 후에는 점수를 알 수 있다”며 “국정원 직원은 공무원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정보원의 직원 채용 과정이 투명하지 못해 응시생들 사이에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국정원 7급 채용공고는 1차 서류전형에서 ‘대학성적과 영어능력시험성적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만 돼 있다. 학점과 토익 점수의 기준이 얼마인지 불명확할 뿐더러 그 밖에 어떤 기준이 적용되는지도 알 수 없다.
지방대를 졸업하고 7급 공채에 지원했다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박모(31)씨는 “평점 4.1, 토익 930점이면 통과하지 않을까 싶었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학벌이나 출신지역 등을 고려한다는 소문이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청와대 경호원(7급) 모집에서는 학력제한을 폐지하고 신장제한을 완화했으며, 일반 7ㆍ9급 공무원 시험도 학력제한과 서류전형을 없앤 지 오래다.
참여연대 투명사회국 홍석인 간사는 “국정원은 정보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기준 없이 채용단계부터 과도한 비밀주의에 치우쳐 있다”며 “국가안보라는 핑계로 모든 정보의 흐름을 차단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최재근 공보관은 “국정원 직원은 국가안보를 위해 특수임무를 수행하므로 다른 공무원과 채용과정에 차이가 있다”며 “책임감과 능력을 갖춘 요원을 뽑기 위해 더 엄격한 절차를 적용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편 10일 마감된 올해 국정원 7급 공채 경쟁률은 80대1로 53대1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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