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름 같이 뜨겁게 고국을 안아 보고 싶습니다.”
11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러시아의 홍 유리 안드레이비치(58) 박사는 러시아의 최고 학술기관인 과학아카데미 시베리아지부 부원장이자 최고 심사기구인 독토르 학위 심사 특별회의 회원으로, 러시아 물리학 자성(磁性)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학자다.
1998년 러시아 정부로부터 과학 공훈자로 선정돼 명예작위까지 받은 그는 아버지가 일제 시절 러시아로 이주한 이른바 ‘고려인 2세’다. 홍 박사는 재외동포재단이 98년부터 열고 있는 ‘유공동포 모국방문 초청사업’의 일환으로 이번에 첫 한국 방문의 기회를 잡았다.
홍 박사의 아버지는 극심한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1927년 서울을 떠나 1940년 시베리아 부근의 우쉬파에 정착했고 장남인 홍 박사를 비롯해 2남4녀를 낳았다. 홍 박사는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지금까지 고국을 잊은 적이 없다”고 했다. 1980년 아버지가 숨지기 전까지 한국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홍 박사는 “최근 러시아에서 열렸던 과학세미나에서 한국 과학자들을 만난 뒤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마음을 굳혔다”며 “말로만 듣던 고국에 왔으니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큰아버지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생사조차 알 길이 없다. 그는 “고려인들 중엔 아직 고국을 잊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며 정부의 배려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에는 홍 박사를 비롯해 러시아 카자흐스탄 멕시코 등에서 모두 22명이 초청됐다. 유공 동포들은 17일까지 경주, 아산 민속마을 등을 방문하며 15일에는 광복절 행사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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