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행담도 개발 의혹 사건을 ‘의욕만 앞서 공사(公私)를 구별하지 못한 아마추어 공직자들이 봉이 김선달 같은 민간업자에게 이용당해 국가에 막대한 손해위험을 안긴 사건’으로 규정했다.
기소된 인사들은 검찰에서 “잘 되면 S프로젝트(서남해안 개발계획)에 도움이 될 걸로 생각했다”며 자신들의 선의를 강조했다. 그러나 법적근거 없이 소관부처도 아닌 곳에서 민간기업 사업에 적극 개입하면서 권력형 의혹사건으로 비화했다는 게 검찰의 해석이다.
도공의 불공정 계약
한국도로공사 오점록 전 사장은 2004년 1월 행담도개발㈜이 사업에 실패할 경우 2009년 1억 500만 달러의 부채를 떠안기로 계약을 체결한다.
검찰은 계약 체결 배경의 첫째 이유를 오씨와 행담도개발㈜ 김재복 사장의 친분관계에서 찾았다. 두 사람은 사업과 관련해 알게 된 후 종교적인 이유로 급격히 가까워졌고, 김씨는 오씨의 아들과 군 시절 부하까지 행담도개발 직원으로 채용했다. 김씨는 도공 사장 유임을 원하던 오씨에게 “청와대에 잘 이야기해 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검찰은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이 계약 체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했으나 정 전 수석과 김씨가 처음 만난 시점은 계약 체결 한달 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3인’의 아마추어리즘
2004년 6월 손학래 사장이 부임하고, 실무자들이 계약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도공의 태도는 달라졌다. 사업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던 김씨는 도공의 동의를 받아 8,300만 달러 회사채를 발행하려 했으나 도공은 동의를 한사코 거부했다.
이에 김씨는 캘빈 유 싱가포르 대사, 오정소 전 안기부 1차장 등의 소개로 친분을 맺은 ‘청와대 3인’을 이용했다.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과 정태인 전 비서관은 지난해 9월 ‘정부가 행담도 개발을 적극 지원한다’는 지원의향서를 써줬다.
정 전 비서관은 심지어 도공 실무자들을 찾아가 “왜 (회사채 발행에) 동의를 해주지 않느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말해서 감사하도록 하겠다”고 윽박지르기까지 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S프로젝트를 잘 챙기라는 지시를 받았던 정찬용 전 수석도 인사수석을 그만둔 후인 지난 5월에도 도공과 김씨를 중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검찰은 “노 대통령에게는 행담도 사업이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검찰조사의 한계
검찰은 캘빈 유 싱가포르 대사가 오 전 사장과 정 전 수석에게 김재복씨 추천서를 써준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질문서’를 외교부에 보냈으나, 외교관의 특권을 규정한 빈 협약을 이유로 전달조차 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캘빈 유 대사와 김씨의 관계에 대해 몇 가지 사실을 확인했으나 외교 관례상 구체적 내용을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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