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기준금리가 역전되고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콜금리 인상 가능성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인상 여부가 아니라 그 타이밍(하반기)이 관건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2002년 5월 4.0%에서 4.25%로 인상한 뒤 콜금리를 3년 이상 꾸준히 내리기만 해왔다.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8월 콜금리 목표를 동결했지만, 경기에 대한 통화당국의 시각은 7월과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6월까지 지표를 보면 생산 소비 건설투자 서비스업 등은 회복세가 확대됐지만 설비투자는 마이너스로 전환하며 약화했었다.
그러나 박승 한은 총재는 이날 “자체 점검결과 7월 설비투자가 기계류와 운수장비 투자를 중심으로 상당히 좋다”며 “생산ㆍ소비ㆍ투자 등 실물경제 전반에서 회복세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경기 회복세가 아직 지표에서 확인되지는 않고 있지만 콜금리 인상을 고려할 시점이 임박했다는 얘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꾸준히 올릴 것이 확실시된다는 점도 콜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금리 상승세와 한ㆍ미 금리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을 통화당국이 계속 외면할 수는 없는 처지이다.
더욱이 콜금리 인상론의 이유로 계속 제기돼온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에 대해 박 총재도 이날 “충분히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정상적인 자금흐름을 계속 내버려둘 수만은 없는 처지이다.
박 총재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시장금리만 보면 저금리 시대는 끝났다”고 말해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박 총재는 이후 “시중 은행장들 입장에서 시장금리만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거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박 총재의 생각이 일정 반영됐을 거라는 분석이다.
시장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한ㆍ미 기준금리마저 역전되면서, 그동안 금리동결을 주장했던 박 총재의 생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채권시장도 금리 급등세를 이어가며 이미 금리 인상을 사실상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초 3.95%에서 11일 4.36%로 0.41%포인트 올랐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박 총재의 “하반기 내수 증가에 따른 경기 회복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이날 발언은 사실상 콜금리 인상에 대비하라는 시그널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결국 9월 이후 콜금리 인상 가능성은 분명해지고 있으며, 인상 타이밍이 9월이 될지 10월이 될지는 경기회복 속도, 구체적으로 7월치 실물지표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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