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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업단지 불법파견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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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업단지 불법파견 판친다

입력
2005.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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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구로동과 금천구 가산동에 걸쳐 있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 단지 내에서 차량용 네비게이션 등을 생산하는 K사는 전체 직원 500여명 중 250명의 생산직을 용역업체인 H사를 통해 파견근로자 형식으로 고용하고 있다.

기본급의 700%를 상여금으로 주는 정규직과는 달리 파견직에게는 상여금을 주지 않는다. 서류상 파견직은 용역업체 소속이어서 이 회사는 정규직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지 않아도 된다.

파견직은 해고도 쉽다. 입사한 지 3개월 만인 5월 해고된 A씨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보내놓고는 잘라버렸다”고 말했다. 업무시간에 잡담을 했다는 이유였다.

디지털산업단지에 불법 근로자 파견이 성행하고 있어 대책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섬유ㆍ전자 업종에서 벤처ㆍ첨단 산업 중심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디지털산업단지로 이름을 바꿨지만 노사관계는 여전히 1970,80년대 ‘아날로그’ 방식 그대로이다.

2000년 시행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는 파견근로 대상업종을 청소 조리 등 26개 비연속성 업무에 한정하고 있다. 파견제의 남용을 막고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따라서 디지털산업단지 내 업체들이 생산직을 파견근로자로 충당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 경우 해당 용역업체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 파견근로자 사용업체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서울관악지방노동사무소는 K사와 H사에 대해 2일 파견법 위반 사실을 통지하고 25일까지 개선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지시에 응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이나 형사고발 대상이 될 수 있지만 K사의 경우 아직 시정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불법 파견은 디지털산업단지 2,500여개 사업장 대부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150여명의 단지 내 생산직 근로자에 대한 서면조사 결과, 신규채용 생산직의 70%가 불법 파견근로자로 조사됐다”며 “이들은 최저생계비(64만1,840원) 수준의 저임금을 받으면서도 부당해고 위협에 시달리는 등 노동권과 기본인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법 파견 감독 기관인 노동부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단지 내 불법 파견근로자의 규모 등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 측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는 파견법 자체를 폐지하거나 불법 파견업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지역 노동단체 법조인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명예 근로감독관제’를 마련해 불법 파견을 수시로 조사ㆍ감독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기해 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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