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의 유명한 장인 산티아고 로하스(83)씨가 요즘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옛 잉카제국 수도였던 쿠스코에서 100km 가량 북동쪽에 위치한 파우카르탐보(해발 3,400m)에서 벌어지고 있는 ‘카르멘 축제’ 때문이다. 스페인의 지배를 받던 17세기부터 파우카르탐보 사람들이 마을 수호신으로 여겨온 카르멘 성녀(聖女)를 기리는 축제다. 7월 중순 축제가 시작되면 주민들은 환상적인 전통 의상에 요란한 탈을 쓰고 춤을 추며 퍼레이드를 한다. 신과 악마가 서로 공격하고 퇴각을 반복하는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탈.
로하스씨는 바로 이 탈을 만드는 장인이다. 사람들은 그를 “페루 공예의 대가(gran maestro de la Artensania Peruanana)” 또는 “로하스 선생님(Don Rojas)”이라고 부른다. 남미 가면미술 분야의 유명한 작가는 많지만 ‘돈 로하스’만큼 독보적인 존재는 없다. 그의 작품들은 우리 하회탈과도 닮은 듯하다. 로이터 통신도 최근 그의 존재를 영어권에 소개했다.
너털웃음이 소박한 그는 파우카르탐보에서 태어나 70년이 넘게 ‘탈 만들기’ 외길 인생을 걸어 왔다. 파우카르탐보는 발 밑에 구름이 깔리고 열대 수목과 고산 나무가 즐비한 신비한 마을이다. 어릴 때부터 종교적 기질이 강했던 그는 탈을 신의 명령을 형상화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이 일에 몰두했다고 한다. 화려한 색상과 정교한 무늬가 특징인 그의 탈들은 지난해 페루가톨릭대 민중전통연구소와 예술박물관이 주관해 수도 리마에서 전시회를 열면서 전통 문화에 관심이 없는 보통 사람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졌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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