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야4당이 9일 불법도청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법안과 특검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 힘 대결을 시작했다.
여야는 이날 잇따라 기자회견을 갖고 상대 법안의 위헌성 등 문제점 부각에 주력했다. 공방의 초점은 도청내용의 공개여부 및 수사의 주체,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에 대한 공개의 적법성 여부 등에 맞추어 졌다.
우리당은 특검법안이 수사의 주체와 공개의 주체를 섞어놓고 있어 위법이라고 비판했다. 특검이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식으로 도청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바로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 위반이자 위헌이라는 것이다.
야당은 도청 내용의 공개여부를 제3의 민간기구에 맡기자는 우리당의 특별법에 대해 “민간기구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사법적 권한을 행사토록 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또 특별법은 도청내용 공개를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마련된 통비법을 무력화하고, 형사소송법에 확립된 ‘독수독과(毒樹毒菓:고문이나 불법 도청 등으로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학계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건국대 법학과 임지봉 교수는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위법한 도청테이프 내용을 공개한다는 것은 위헌소지가 있다”며 “법치주의 측면에서 X파일 공개의 위헌성을 없애려면 특별법을 통해 예외조항을 두는 방식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경희대 법대 윤명선 교수는 “여당의 특별법은 현행법인 통비법 상 프라이버시권과 통신비밀권을 무시하고 공개를 합법화하려는 것인데 이것이 위법이고 위헌”이라고 반박했다.
향후 두 법안의 운명도 초미의 관심사다. 모두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당과 야3당의 의원 수가 146대 147로 모두 과반(150석)에 미달한다.
특별법의 경우 당초 민노당(10석)이 취지에 찬성했으나, 특별법상 민간 위원회 구성에 반기를 들면서 이날 독자적 특별법안을 국회에 냄에 따라 우리당이 난감해졌다. 민노당은 “여당 안은 도청내용 공개를 막는 법”이라며 여당과 공조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특검법 역시 한나라당 김용갑, 민주당 이승희 의원이 이날 공개적 반대 입장을 천명해 야당 내부에 균열이 생겼다. 이에 따라 5명의 무소속 의원을 전원 찬성 쪽으로 끌어들여야 겨우 과반이 되는 데 김원기 의장은 우리당 출신이어서 특검에 협조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국회 본회의에 앞선 관문인 법사위에선 여야 의원 수가 8대7로 여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점도 야당에게는 설상가상이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y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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