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한ㆍ미 정책금리 역전으로 우리나라의 콜금리 인상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정책금리가 역전됐다고 해서 당장 국내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갈 우려가 큰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국채 등 시장금리마저 역전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오랫동안 지속돼온 저금리에 따른 자금흐름의 왜곡을 이번 기회에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콜금리를 올릴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이 금리정책의 딜레마 이다. 이에 따라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회의에서 콜금리를 동결할 경우 금리논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 금리역전 효과
일단 4년6개월만의 한ㆍ미 금리 역전으로 국내 자본이 미국으로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금리역전으로 자본 유출이 눈에 띄게 증가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게 중론이다. 국가간 자금 흐름은 정책금리가 아니라 시장금리에 반응하게 되는데, 정책금리가 역전됐다고 해서 시장금리가 반드시 역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정책금리를 계속 올려왔지만, 시장금리는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3~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여전히 한국이 0.2~0.7%포인트 더 높다. 한국 중국 등이 외환보유액으로 미국의 국채를 꾸준히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시장금리가 역전돼도 자본유출이 일어나려면 환율리스크와 거래비용까지 감안한 총수익률에서 미국이 더 높아야 한다. 달러화 강세 전망이 확실하지 않는 이상 환위험 헤지(위험분산)를 해야 하고 이 경우 비용이 따른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가간에 금리가 1.0~1.5%포인트 차이는 나야 자금이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나아가 일부 자본유출이 있더라도 부정적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출 증대로 경상 흑자가 계속되는 이상 자본수지에서의 일부 적자는 과도한 원화 절상을 막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주목되는 금통위
금리역전 자체보다는 국내의 장기 저금리에 따른 후유증이 커지고 있는 게 더 문제이다. 은행예금과 채권시장의 자금이 부동산과 주식시장, 초단기상품에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은행예금은 7월 한달 7조2,000억원이, 채권펀드에서는 1~7월중 11조6,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자산가격이 과다 급등하고 자금이 비생산적 부문으로 쏠리면서 자금 흐름 왜곡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연구원 박종규 거시금융팀장은 “실물경기 위축이 다소 있더라도 자산 버블을 멈추고 자금흐름을 정상화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콜금리를 올려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통위원을 역임한 최운열 서강대 부총장도 지난달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지금까지 저금리 정책은 투자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가격 상승만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FRB가 정책금리를 내년까지 계속해서 올릴 전망이어서 장기적으로 보면 한ㆍ미간 시장금리가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 시장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경우 자본유출이 현실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콜금리 동결론이 우세하다. 한국 경제가 회복하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가 없기 때문이다. 콜금리를 올릴 경우 가계 부채부담을 가중시켜 소비여력을 줄이고, 기업의 투자심리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
그래서 박승 한은 총재도 지난달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25bp(0.25%포인트) 정도의 금리인상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없을 뿐더러, 경기에 더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콜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제 한ㆍ미 기준금리가 역전됐고 그 격차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으로 바뀐 만큼 11일 금통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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