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투자를 못 하는 원인이 정부의 지나친 규제 때문이라고요? 글세, 저희 생각은 그렇지 않습니다만….”
기업들의 투자가 전에 없이 부진한데 대해 경제각료들이 잇따라 “정부 탓만 하지 말라”며 재계에 포화를 가하고 있다.
기획예산처 변양균 장관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들은 정부 규제가 투자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하지만 막상 없애야 할 규제를 갖고 오라고 하면 내놓지 못한다”면서 “기업이 투자를 늘리지 않는 가장 큰 책임은 투자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는 기업 자신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손실일수가 최근 2년 동안 30% 정도 줄었으며 X파일 같은 대형 사건은 우리 사회에 끊이지 않고 있어왔다”면서 “투자를 늘리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기업은 좀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 장관은 “모험심 부재가 기업의 가장 큰 잘못”이라며 기업들이 2, 3세대 경영으로 넘어가고 고용 사장이 들어서 관료화하면서 신기술 등 위험요소가 있는 분야에 ‘몸(투자)을 사린다’고 비판했다.
앞서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난달 말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 포럼에서 “기업들이 성명서 등을 통해 정부를 비판하는 행위는 성과를 내는데 효과적이지 않다”며 기업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수도권 공장 신설 규제와 금융회사 의결권 제한 등으로 투자가 부진하다는 기업측의 성토에 대해 반박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재계에서는 안기부 X파일이나 두산그룹 경영권분쟁으로 재계가 위축된 시점을 정부가 활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반기업 정서가 팽배한 마당에 정부까지 기업을 공격하면 무슨 득이 되겠나”고 푸념했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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