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밤부터 10일 오후까지 숨가쁘게 진행됐던 아시아나항공 노사 협상과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은 반전을 거듭한 한편의 드라마였다
노사는 9일 밤 물밑 접촉에 이어 10일 오전 6시부터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정부 측이 긴급조정권 발동 시한을 오전 11시로 예고했기 때문에 교섭 시작을 늦출 여유가 없었다.
노사는 이날 오후 2시와 4시 등 2차례나 정부에 긴급조정권 발동 시한을 연장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강한 자율 타결 의지를 드러냈다. 또 협상이 여의치 않자 10여 차례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기도 했다. 정부 측도 긴급조정권 발동을 피하기 위해 시한 연기 요청에 응했다. 정병석 노동부 차관과 김용덕 건설교통부 차관은 충북 청주시 청주스파텔 협상장을 방문, 노사 대표를 만나 자율타결을 독려했다.
이런 가운데 그 동안 사측에 대해 “협상 태도가 지극히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던 노조가 “회사가 의견차를 좁히기 위해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때 “이날 중으로 타결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이 흘러나오게 된 까닭이다.
2번째 연기된 데드라인이었던 오후 4시가 다가오자 사측은 노측에 최종 수정안을 제시했고, 노동부ㆍ건교부 차관은 노사 대표 교섭위원을 만나 잠정합의가 가능한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긴급조정권 발동은 노사 모두에게 불행한 것이니 파업을 풀고 업무에 복귀해 교섭을 진행하는 것이 어떠냐”는 노동부 차관의 제의에 김영근 노조 위원장이 잠시 생각한 후 “차라리 긴급조정권을 받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협상장 주변에는 갑자기 비관적인 전망이 나돌았다.
결국 노동부는 노측이 사측 최종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기 전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상을 풀어갈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고 밝혔고, 곧바로 오후 6시를 기해 긴급조정권이 발동됐다.
이학주 노조 대변인은 “좀 더 논의를 희망했지만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다”고 불만을 털어놓은 뒤 “이미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만큼 사측이 앞으로 전향적인 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도 “노조의 내부 의견이 조율되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힌 뒤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에서 최대한 자율 합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성욱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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