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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V '다국어 이주노동자뉴스' 진행 5인방/ "'우리'말로 전하는'우리'뉴스" 고국서 온 동료들 힘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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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V '다국어 이주노동자뉴스' 진행 5인방/ "'우리'말로 전하는'우리'뉴스" 고국서 온 동료들 힘 됐으면"

입력
2005.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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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밤 10시. 방글라데시 노동자 마붑(29)씨는 떨리는 마음으로 TV 앞에 앉았다. 자신이 공동대표로 있는 ‘이주노동자의 방송(MWTVㆍwww.mwtv.or.kr)’이 제작한 ‘다국어 이주노동자 뉴스’가 ‘RTV’(시민의 방송ㆍ스카이라이프 채널 154번)을 통해 처음 전파를 타는 순간이었다. “정말 기적 같았어요. 외국인 노동자들이 제 나라 말로 직접 뉴스를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가슴 뿌듯했습니다.”

‘이주노동자 뉴스’는 네팔, 몽골, 방글라데시, 미얀마, 영어권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이 5개 언어로 각각 10분씩 방송한다. 격주로 월 2회 방송되지만 내용만큼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생활에 꼭 필요한 뉴스를 다루고 있다.

10일 서울 남대문로 5가 RTV 사무실에서 만난 마붑씨는 유창한 한국어로 “앞으로 노동자들의 생존 문제와 직결된 법무부, 노동부의 정책, 본국 뉴스, 공동체 소식 등을 자세히 보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8일 나간 뉴스도 광복절 대사면, 인권 침해 보도, 인천 수돗물 값 인상 등 생활 밀착형 소식들로 채웠다.

다국어 뉴스인 만큼 진행자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몽골 소식을 전하는 나라씨는 서울대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유학생. 미얀마 뉴스를 담당하는 윈라이(34)씨는 늘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스튜디오 분위기를 띄운다. “주위의 반응이 예상보다 좋아 더욱 기쁩니다.”

네팔어 뉴스 담당은 이 방송 로고송을 만든 미누(35)씨. 영어권 뉴스는 서울대에서 연수 중인 미국인 네빈(27)씨가 맡았다.

모두들 생계를 위해 일하면서도 시간을 쪼개 방송 기술 교육을 받고 뉴스 번역을 하는 등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스튜디오와 카메라 등 장비는 모두 RTV에서 빌려주고 있다.

방글라데시 뉴스를 맡은 마붑씨는 카메라를 들고 다큐멘터리 촬영에도 나선다. “한국 뉴스를 번역할 때 어려운 한자어가 많아 무척 애를 먹습니다.” 1999년 한국에 온 그는 2년 전 목재 가공 공장, 원단 공장에서 일하다 퇴직금도 받지 못하고 해고됐다. 이후 명동성당에서 강제 추방 항의집회 등에 참석했지만 주위의 무관심이 무엇보다 안타까웠다고 한다.

‘이주노동자 뉴스’는 RTV가 마련한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형식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RTV가 방영한 외국인 노동자 토론 프로그램을 계기로 마붑씨와 자원봉사자 이병한(45ㆍ미술작가)씨 등이 ‘이주노동자의 방송’을 차려 뉴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들의 가장 큰 걱정은 진행자들의 불안한 신분과 재정 문제다. 올해 초 방송을 돕던 외국인 노동자 2, 3명이 단속반에 걸려 강제 출국 당했다. RTV에서 월 100만원 가량 제작비를 지원받지만 촬영 비용 등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이들은 언제가 외국인 노동자 전용 채널을 만들 꿈을 꾸고 있다. 마붑씨는“‘이주노동자 뉴스’는 새로운 소통의 공간일 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 문화적 다양성을 심는 첫 걸음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김명수 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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