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지인이 얼마 전 중국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시 공항에서 겪은 일이다. 그분이 한국으로 돌아갈 항공기를 기다리고 있는 데 비행기가 예상보다 조금 늦어질 것이라는 내용의 안내 방송이 나오고 30분쯤 지나자 공항 한쪽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성질 급한 일부 한국 탑승객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지연 운항과 안내 부실을 탓하기 시작하더니 ‘조용히 하라’는 다른 승객과 시비까지 붙은 것이다. 한번 감정에 불이 붙자 이들은 애꿎은 중국 공안에게 다가가 한국말로 ‘건방진 놈들’이라며 “똑바로 해, 이 XX들아!”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공안들의 얼굴이 굳어지면서 공항 분위기가 싸늘해졌음은 물론이다. 다행히 예정보다 1시간 가량 지체된 후 비행기가 이륙하면서 더 이상의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얼굴이 화끈거리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작년 내국인 출국자 883만 명 가운데 53%가 관광 목적이었다. 본격적으로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된 올해는 1,000만 명 돌파가 예상되며 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하여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들이 증가하면서 꼴불견 한국인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호텔 객실에서 음식을 조리하거나, 출입금지라는 안내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담을 넘어 사진 찍는 사람, 거리에 침을 뱉거나 행인과 어깨를 부딪치고도 모른 척 하는 사람, 한 매장의 물건을 싹쓸이 하는 사람 등 그 사례도 각양각색이다. 심지어 일부 관광객은 여행 중인 국가의 금기를 무시하거나 현지인의 인격을 침해해 폭력사태를 낳기도 한다.
그 동안 언론 등에서 여러 차례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어글리 코리안들’이 여전히 현지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무분별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 이러한 몰지각한 행동 하나하나가 월드컵, 한류 등으로 어렵게 쌓아올린 국가 브랜드를 졸지에 무너뜨리고 있는 셈이다.
해외에서 일등국민 대접을 받으려면 스스로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행동은 절대적으로 삼가야 할 것이다. 해외여행 다녀왔다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해외에 나갈 경우에는 국제적 수준에 맞는 매너도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한번 실추된 이미지를 되살리는 데는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든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해외여행이 자유화 된 지 이제 16년.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여전히 짧은 역사 이지만 짧은 기간에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만큼 해외여행문화도 보다 성숙시켜야 할 때이다.
김용성 삼육의명대학 관광영어통역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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