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긴급조정권 발동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은 국가경제에 대한 악영향과 국민생활 불편 등 이번 사태의 파장이 더 이상 방관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조종사노조의 파업은 일단락됐지만 아시아나항공 노사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이 패이게 됐다. 또 자율 교섭 실패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의 대외 신인도는 급격히 추락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과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 긴급조정권 발동 배경
정부가 파업을 중단시키기 위해 이례적으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게 된 것은 비록 항공산업이 필수공익사업장은 아니지만 파업 이후 4,000억원대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등 국가경제 피해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도 이날 ‘아시아나항공 긴급조정 결정 공표문’에서 “쟁의행위로 인해 노사 당사자의 직접 손실과 관련업계의 피해 등 국민경제 손실이 누적되고 있으며, 국민의 일상생활이 크게 위협 받고 있다”고 긴급조정권 발동 배경을 설명했다. 김 장관은 또 “파업 조종사들을 대신해 사측이 투입한 대체인력의 피로가 누적되면서 자칫 대형 항공참사가 빚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노사갈등의 원인
아시아나항공 노사는 막판 협상에서 ▦연간 비행시간 1,000시간 ▦정년 58세 및 촉탁 2년 연장 등 노조 주요 요구사항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워낙 쟁점이 많은데다 각 사안에 대한 이견도 커 타결이 어려웠던 것.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노사의 미숙한 협상력과 고질적인 노사간 불신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노조의 경우 협상 과정에서 철회하기는 했지만 ▦출장지 골프세트 비치 ▦기장의 탑승승무원 선택권 등 경영권 침해 소지가 있는 요구를 내놓았다.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한 배경에는 아시아나항공 조종훈련생 출신이 대부분인 조합원들이 군 조종사 출신에 비해 낮은 처우를 받는데 대해 평소 큰 불만을 갖고 있었던 점이 작용했다. 또 대한항공 조종사들만큼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결국 열등감을 파업이라는 형식으로 해소하려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측 역시 파업 초기 노조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협상에 불성실하게 임했다. 또 사측으로서는 모든 것을 투자해 양성한 훈련생 출신 조종사들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느낌도 갖게 됐다. 노조의 열등감과 반대되는 부분이다.
■ 향후 전망
아시아나항공 노사는 앞으로 15일간 조정기간을 갖게 된다. 노사 양측은 조정기간에 협상을 타결하지 못해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까지 갈 경우 또 한번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면서 자율타결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전망이다.
김대환 장관도 “조정기간에 노사 자율협상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노사간 갈등이 워낙 깊어 쉽게 타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타결 여부에 관련 없이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추락한 아시아나항공의 대외신인도와 노사간 신뢰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회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조종사노조는 재교육과 휴식이 필요해 완전운항 정상화는 이달말께나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송두영 기자 dysong@hk.co.kr
■ 긴급조정권이란
10일 아시아나항공에 발동된 긴급조정권은 특정 파업이 국가경제에 타격을 주고 국민 안전을 위협한다고 정부가 판단할 때 내리는 강제해결 수단이다. 이번 긴급조정권은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이후 12년 만에 나온 것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근거로 한 이 조치는 “쟁의행위가 ▦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 그 규모가 크거나 ▦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때”만 발동토록 돼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공익사업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그 파업이 국민경제와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만큼 파장이 크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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