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26)과 김선우(28)는 모양새가 다르기는 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사실상 왕따 취급을 받았던 처지. 김병현이 독불장군식 행동으로 팀 동료는 물론 팬들로부터도 외면을 당하면서 문제아 낙인까지 찍혔다면 김선우는 몬트리올 시절부터 프랭크 로빈슨 감독의 일방적인 구박에 마이너리그와 불펜을 떠돌아다녔던 불운을 곱씹어야 했다.
하지만 청소년대표를 거쳐 국가대표까지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김병현과 김선우는 이제 과거의 악연을 떨치고 콜로라도에서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새로운 야구인생의 기대감을 키울 수 있게 됐다.
9일(한국시각) 쿠어스필드에서 벌어진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더블헤더에 나란히 선발 출격한 김병현과 김선우가 팀의 2승을 합작하면서 이 같은 희망을 현실화했다. 김병현은 7전8기 끝에 3승 달성(3승8패)에 성공했고 김선우는 이적 후 첫 데뷔전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콜로라도의 ‘양김시대’를 예고한 의미 있는 하루였다.
7이닝 3실점(안타 5개, 볼넷과 탈삼진 각각 4개). 팀이 5-3으로 승리하면서 6월25일 캔자스시티전 이후 45일 만에 승수를 보탠 김병현에게는 1승 못지않은 성과가 있었다. 4경기 연속 7이닝 이상을 소화했다는 사실이다. 이쯤 되면 선발투수로서 체력적인 문제와 이닝이 거듭될수록 타자들이 구질에 익숙해진다는 언더핸드 투수에 대한 편견을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김병현은 또 이날 팀이 1차전에서 11회 연장 접전을 위해 7명의 불펜진을 동원한 상황에서 마운드를 7회까지 사수(투구수 108개), 코칭스태프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에 앞서 1차전에 선발 등판한 김선우는 4회까지 볼넷 없이 5안타 2실점(탈삼진 4개)하면서 팀의 4-3 승리에 밑거름이 됐다. 특히 김선우는 1회 1사부터 2회 1사까지 플로리다의 2,3,4번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공격적인 피칭으로 4이닝을 63개의 투구로 간단히 요리하면서 선발 합류 가능성을 높였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꼴찌(43승69패)인 콜로라도는 이날 양김의 동반 활약으로 더블헤더를 싹쓸이, 8월 들어 6승2패의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경기 직후 김병현은 “좋아하는 선우 형과 함께 지내게 돼 외롭지 않게 됐다. 서로 의지하면 더 좋을 것”이라며 밝게 말했다.
김병주 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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