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를 지향하는 CIA.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비밀공작에 의하지 않고도 주위에서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공개된 정보’를 다루는 조직을 신설키로 했다고 시사주간 타임이 최신호(15일자)에서 보도했다.
‘공개정보부대(Open Source Unit)’로 명명된 이 조직은 신문기사나 종교단체의 웹사이트, 심지어 전화번호부 등 일반인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자료를 수집, 분석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기밀이 아니면 중요하지 않다’는 정보기관의 관성에 따라 지금까지는 도ㆍ감청 등 비밀 공작에 의한 정보만이 최고급 정보로 인정 받아왔다. 심지어 국가안보에 결정적인 사안도 그 정보가 공개됐다는 이유로 무시되는 경우도 있었다.
일례로 CIA가 까맣게 몰랐던 1998년의 인도 핵실험은 사실 인도 총리가 유세과정에서 수 차례 공약한 것이다. 이런 정보를 깔아뭉개지 않았더라면 CIA의 최대 수치 중 하나로 기록된 인도 핵실험 정보 누락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1억 달러의 예산으로 10월 1일 공식 출범할 이 조직은 이 같은 정보의 사각지대, 관행과 현실사이의 편차를 없애보자는 취지다. 백악관이 올해 초 제안했고 존 네그로폰테 국가정보국장(DNI)과 포터 고스 CIA 국장의 지난달 회동으로 확정됐다.
이 조직의 임무는 현재 진행형의 외국방송과 각종 성명서의 번역 작업을 기본으로 그 범위가 확대될 예정이다.
이번 새 조직 창설로 관료적이고 은밀한 CIA 내부문화가 변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비밀스런 정보는 희소성이 있지만 공개된 정보는 안전하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면서 정보독점, 정보공작에 따른 폐해가 줄어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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