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통령 탄핵 당시 노무현 대통령측의 법률 대리인단으로 활동했던 변호사들이 대거 주요 공직에 진출해있다. 당시 12명의 법률대리인단 가운데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과 작고한 유현석 변호사를 제외한 10명 중 6명이 이미 헌법재판관이나 대통령 직속 또는 정부 위원회 위원장과 위원 등으로 기용됐다.
더욱이 탄핵 변호를 맡았던 이용훈 공직자윤리위원장이 대법원장 후임으로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탄핵 변호인단을 너무 챙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적합한 능력을 가진 법조인을 공직에 기용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탄핵 변호에 대한 보은(報恩) 차원의 인사 아니냐”는 지적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탄핵 변호인단 챙기기는 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탄핵안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 5개월 후 이용훈 전 대법관을 공직자윤리위원장에 임명하면서 시작됐다.
노 대통령은 올 1월에는 한승헌 전 감사원장을 대통령 직속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금년 4월에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 위원장에 하경철 전 헌법재판관, 대통령 자문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초대 위원장에 양삼승 전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를 임명했다.
또 대법원장이 지명한 김덕현 법무법인 호민 대표를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에 임명했다. 7월에는 열린우리당 추천으로 국회 동의를 받은 조대현 전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했다.
이들은 모두 탄핵 변호를 맡았던 인사들이다. 특히 조대현 헌법재판관은 노 대통령의 사시 17회 동기다. 탄핵 변호인 중 공직에 기용되지 않은 인사는 삼성 법무실장을 맡고 있는 이종왕 변호사와 강보현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박시환ㆍ윤용섭 변호사 등인데 이들 중 일부는 공직후보로 거론되곤 했다.
여기에다 청와대가 9월 하순 임기가 만료되는 최종영 대법원장의 후임으로 이용훈 위원장을 유력 후보군에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더해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법원장 후보 인선은 내주 중에 완료될 것이지만 현재 이용훈 위원장이 3~4배수 후보군에 포함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인선 흐름에 대해 “대통령과 균형을 이뤄야 하는 대법원장에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를 기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야권과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고려대 장영수(헌법학) 교수는 “대법원장이나 헌법재판관은 국회 동의를 필요로 하는 자리이므로 대통령이 가까운 사람을 임명한다고 해서 헌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ㆍ도덕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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