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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자폭手'… 日정국 대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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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자폭手'… 日정국 대혼미

입력
2005.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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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민영화 관련법안은 폐안됐습니다.”

5일 오후 1시 45분께 일본 참의원 본회의장에서 오기 지카게(扇千景) 의장이 무거운 표정으로 법안 부결을 선언하자 장내는 탄성과 환성이 엇갈렸다. 특히 자민당 반대파들은 “반대 125명, 찬성 108명의 압도적인 승리이기 때문에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법안 부결은 내각 불신임”이라며 중의원 해산 방침을 선언하자 질렸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계속해서 “반대파 의원은 공천하지 않는다” “전 선거구에 후보를 내세운다”고 밝히며 반대파를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날 오후 3시에 시작된 중의원 해산 결정을 위한 임시 내각에서는 일부 각료가 서명을 거부하는 등 난항을 겪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 과정에서 시마무라 요시노부(島村宜伸) 농림수산장관을 파면한 후 해산 결정을 관철시켰다. 일본 정치사상 해산 결정 과정에서 각료가 파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마 하던 ‘고이즈미 자폭 해산’이 현실로 나타나자 일본 정국은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집권 자민당은 분열이 사실상 굳어졌다. 공천을 받지 못할 반대파들은 신당을 창당하는 것 외에 살 길이 없다. 자민당의 지지율이 저조한 상태에서 두 후보가 나와 표밭을 가를 경우 총선 결과는 집권당에 비관적이다.

자민당의 중진들은 “선거가 끝나면 자민당 의원들의 시체가 즐비할 것”이라고 한 숨을 쉬었다. 반대파 뿐 아니라 고이즈미 총리 자신의 운명도 불투명하다. 총선이 끝난 뒤 당 총재직을 유지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낮은 편이다. 이번 사태를 절벽을 향해 두 자동차가 달린 치킨 게임(chicken game), 또는 자폭이라고 부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우정 정국을 지나고 나면 1955년 일본 정계의 보수대연합 이후 50년간 유지된 자민당 집권 체제가 무너지고 완전히 새 판이 짜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당인 공명당은 자민당 분열될 경우 총선에서 자민당의 지원을 받기 힘들기 때문에 불안해 하고 있다.

반면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정권교체를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라며 흥분하고 있다. 다른 군소 야당들도 다가오는 선거에 대한 득실 계산에 몰두하는 등 고심하는 모습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중의원 해산 이후 40일 이내에 총선을 치러야 하는 규정에 따라 30일 총선을 고시하고, 9월 11일 투표하는 일정을 선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정개혁은 단순한 우체국에 대한 개혁이 아니라, 일본의 체질을 개선하는 행정ㆍ재정 개혁이라는 점에서 이번 폐안은 향후 일본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28만명의 우정사업 관련 직원과 족의원 등의 저항으로 번번히 좌초된 바 있는 우정개혁 법안이 또 다시 폐안되자 “개혁이 물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안 폐안과 함께 고이즈미 총리가 커다란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됨에 따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방재정개혁 등 각종 개혁이 추진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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