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BC 방송의 유명 뉴스 앵커 피터 제닝스가 7일 뉴욕 자택에서 폐암으로 숨졌다. 향년 67세.
제닝스는 4월 방송을 통해 폐암 진단을 받았다고 고백한 뒤 1983년부터 20년 간 진행하던 뉴스 프로그램 ‘월드 뉴스 투나잇’의 앵커를 그만두고 암 치료를 받아왔다.
당시 그는 방송에서 “제가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약 20년 전까지 애연가였고, 9ㆍ11 테러 당시에도 담배를 태웠습니다”라고 해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NBC의 톰 브로코, CBS의 댄 래더와 함께 미 공중파 방송의 스타 앵커 ‘빅3’로 불렸던 그는 브로코와 래더가 차례로 현장을 떠나고 4월 폐암진단을 받을 때까지 마지막 현역 앵커로 활약했다.
1938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제닝스는 2003년까지 캐나다 국적이라는것과 고졸 학력 때문에 방송가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타와에서 성장한 제닝스는 9세 때 캐나다 CBC에서 어린이 쇼를 진행하면서 방송과 인연을 맺었다.
83년부터 ABC 방송의 간판 앵커로 밤 뉴스를 진행한 제닝스는 캐나다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부모 때문에 캐나다 국적을 버리지 못하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9ㆍ11 테러를 계기로 미국 사회와 깊은 유대를 느끼면서 2003년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제닝스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중동 전문가로도 명성을 얻었다. 74년 이집트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에 대한 인물보도로 피바디상을 받았고, 72년 뮌헨올림픽 때는 아랍의 대 이스라엘 테러공격을 심층보도하는 등 언론인으로서 14차례의 에미상과 2차례의 피바디상, 7차례의 외신기자클럽상을 수상했다.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을 비하하고 이라크전 반대파의 입장을 주로 전하는 등 보수파로부터는 ‘너무 진보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제닝스는 작년 대선 때는 존 캐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대통령’이라고 호칭,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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