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사업협력실장 맹수호(46) 상무에게 15일은 뜻깊은 날이다. 분단으로 남북의 통신선이 끊어진 지 60년 만에 KT와 북한의 조선체신회사가 다시 통신선을 연결, 민간 차원의 화상통신을 처음 시도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남과 북의 이산가족은 20가족씩 서울과 평양에서 50인치 대형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를 통해 화상통신으로 상봉하게 된다.
맹 상무는 이를 위해 지난달 18일 경기 파주시 장단면 군사분계선 지점에서 북측 조선체신회사 김인철 부이사장과 역사적인 통신망 개통식을 가졌다. 이후 그는 휴일도 잊은 채 매일 40여명의 전담 인력과 함께 남북 통신망이 제대로 작동하는 지 점검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몸은 고되지만 역사적인 일을 거든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맹 상무는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다. 통신 주권에 대한 북한의 자존심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그는 “겉으로 드러난 통신망 연결작업은 한 달 정도 밖에 안됐지만 기본합의서 체결에만 1년이 걸렸다”며 “그 뒤 부속합의서 체결에 다시 3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동안 맹 상무는 개성을 수차례 방문해 조선체신회사 관계자들과 협상을 벌였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점심 반주. 그는 “북측 인사들은 점심 식사 때마다 도수가 40도나 되는 독주를 반주로 마시는데, 같이 마시고 오후에 일을 하려면 정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화상통신을 통한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이후 맹 상무는 개성공단과 남측을 연결하는 일반 유선전화 개통을 위해 뛰어야 한다.
“현재 교환기 등 통신장비들이 미국의 전략물자 제한에 묶여 있어 진행이 안되고 있습니다만, 정부에서 미국과 협상중인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통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개성공단에 초고속 인터넷을 연결하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북한의 체제 및 정치 상황과 관련돼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맹 상무는 백두산 관광이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 백두산에 유선전화를 개통하는 문제도 조선체신회사와 협의 중이다.
맹 상무가 남북통신사업을 하면서 배운 것은 인내심. 맹 상무는 “분단 60년을 한 걸음에 뛰어넘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한 걸음씩 내딛다보면 남북통신사업이 통일을 위한 포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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