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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관객… "쉘 위 댄스" 쌍쌍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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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관객… "쉘 위 댄스" 쌍쌍展

입력
2005.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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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안에 웬 정원?’

고개를 갸웃하다가 신선한 꽃향에 끌려 이름 모를 들꽃에 코를 들이대 본다. 웬걸, 인조 꽃이다. 가만 보니 풀밭의 새는 박제된 것이고, 싱싱한 풀잎조차 시장에 지천으로 깔린 인조 제품이다.

공기 청정 기능과 자동 향기 분사기,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새 소리와 바람소리 등 음향 효과는 가짜 세상을 순식간에 낙원으로 둔갑시킨다.

가짜가 진짜를 대체하는 시대에 대한 조롱이면서 미술 작품을 물신화하는 장소인 미술관을 전복하자는 태도가 숨어 있다. 작품에는 ‘복락원’(손정은 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낙원의 복구(復舊)라며 순진하게 읽어 들이는 순간, ‘복제(複製)된 낙원’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슬슬 피어 오른다.

마로니에 미술관이 열고 있는 기획 전시 ‘쌍쌍(Pairs)’전은 가벼워 보이는 전시 제목이 묵직한 주제를 살짝 은닉하고 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져 작가보다 관객의 해석이 중요해지는 포스트모던 시대, 미술 관람의 의미란 대체 어디 있는가를 캐묻게 하는 작품들이다.

손정은씨를 비롯 오인환 장윤성 유영호 김상균 김태곤 김지현 박혜성 강효명 최도영 등 10명의 설치 작가들이 참가해 모두 3개의 전시실을 대규모 설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제 1전시실은 잘 조경된 정원, 소지품 보관소, 아트숍 등 여느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장소들을 전시장 안으로 끌어 들여 미술관의 존립 의미를 되묻는다.

오인환씨의 ‘보관소 프로젝트’는 소지품을 전시 관람 기간 동안 실제로 보관하는 기능을 하면서 동시에 주인의 동의 하에 내용물의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다시 전시한다. 미술관의 부속실에 불과했던 장소를 작가의 작업실과 유사한 높이로 격상시켜 미술 공간의 위계 질서를 깨려는 의도가 담겼다.

유영호씨의 ‘인피니티 코퍼레이션’은 완벽한 대칭 구조를 가진 화려한 명품 매장을 들여놓았다. 번쩍거리는 대리석 벽체와 고급스러운 선반, 화려한 샹들리에로 꾸며진 숍은 그러나 선반이 텅 비어있다.

세련되고 위엄이 넘치면서도 세속적 욕망의 상징물이 도열해 있어야 할 매장에 내용물은 부재중인 이 작품은 소비 사회의 허망함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제 2전시실은 음악 감상실과 테마 파크, 영화 세트장, 댄스 홀 등으로 구성됐다. 실제 댄스 홀처럼 붉은 색 커튼을 벽면에 빙 둘러쳐 놓은 김지현씨의 ‘쉘 위?’는 커튼 위로 탱고를 추는 남녀의 영상을 끊임없이 투사한다. 영상속 남녀는 조작에 의해 분리와 결합을 거듭하면서 영상 속 공간과 실제의 물리적 공간을 넘나드는 듯한 효과를 낸다. 현실과 가상의 혼재다.

제 3전시실은 관객의 참여 공간. 최도영씨의 ‘나는 왜 네가 아니고 나인가’는 3개의 커다란 투명 반투명 불투명 유리방을 세우고 관객이 이 안에서 좋지 않은 기억들을 준비된 용지에 기록해 방 안의 원하는 장소에 붙여 놓게 한다. 미술 행위를 통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하는 것. 미술이 궁극적으로 봉사해야 할 대상에 대한 발언인 셈.

전시를 기획한 김형미 책임 큐레이터는 “미술이 개인적인 심미안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에 대한 관심과 남다른 각성에 바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9월 14일까지. 20, 27일, 9월 3, 10일에는 참여 작가들이 직접 작품 주제를 설명하는 세미나도 마련했다. (02)760-4726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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