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자폭 카운트다운?’8일 예정된 우정개혁 관련 법안의 참의원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일본 정국이 극도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설마했던 ‘우정법안 부결-중의원 해산-총선거’라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쪽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정국혼란을 초래하는 중의원 해산만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는 자민당 내의 호소를 무시하고“법안 부결은 내각 불신임”이라는 입장을 완전히 굳힌 상태다. 그러나 이 같은 벼랑 끝 대응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한 모양새로 자민당내 반대표는 법안 부결선까지 증가했다.
일본 언론들이 실시한 자민당 참의원 동향조사에 따르면 6일 현재 법안에 반대하는 의원은 16~17명, 기권ㆍ결석이 2명으로 나타났다.
기권ㆍ결석 2명을 반대 1명으로 치는 일본 국회 규정상 반대자는 17~18명에 이르고 있는 셈이다. 여당 138명(자민 114명, 공명 24)과 야당 103명(민주 84명 등)으로 구성된 참의원에서 야당이 모두 반대하고 공명당이 전원 찬성할 경우, 자민당에서 18명이 반대표를 던지면 법안은 부결된다.
상황이 부결 쪽으로 급변한 것은 지난 5일 자민당 중진인 나카소네 히로부미(中曾根弘文) 의원이 ‘반대’를 전격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어 두명의 의원이 “나카소네씨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표명, 일본 정계에서는 ‘나카소네 해산’이라는 말까지 떠돌고 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의 아들인 그는 고이즈미 총리가 종신 의원을 보장 받았던 부친을 은퇴시키고, 아오키 미키로(靑木幹雄) 자민당 참의원회장이 자신의 참의원 의장 선임을 막은 데 대한 개인적인 감정마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 원로ㆍ중진은 파국을 막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6일에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총리가 고이즈미 총리 설득에 나섰다. 고이즈미 총리는 그러나 “나의 신념이다, 나를 죽여도 좋다”며 거부했다. 이에 대해 모리 총리는 “너는 정말 헨진(變人ㆍ괴짜, 이상한 사람) 이상”이라고 말하며 설득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중의원 해산 정국으로 치닫게 되자 자민당을 비롯해 각 당은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착수했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주당 대표는 7일 “총선이 이루어지면 과반수 의석을 획득해 단독 정부를 세우겠다”고 호언하기도 했다.
총선을 치를 경우 자민당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민당 내에서 막판에 극적 반전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으로는 ‘고이즈미 자폭해산’이 실제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 우정 개혁이란
공룡 우정공사 민영화 고이즈미 캐치프레이즈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 목표이자 캐치프레이즈. 전국 2만4,000여개의 조직, 28만명의 인원과 360조엔(한화 약 3,500조원)의 수신고를 보유한 공룡 우정공사를 민영화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방만한 재정운용 및 왜곡된 금융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것. 현재 국회에 상정된 우정민영화 관련 법안은 우정 3사업을 우편 은행 보험 네트워크 등으로 나누어 2007년까지 4개 회사로 분사하고, 이중 은행과 보험업무는 2017년까지 완전 민영화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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