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간의 마라톤 협의로 진행된 4차 6자회담은 7일 쉼표를 찍고 다음을 기약했다. 6자 모두 이번에 상당한 의견접근을 이뤄 타협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긍정 평가했지만 결론은 ‘합의 없는 휴회’였다. 결렬이라는 극단적인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 선택된 휴회이기도 하다.
이번 회담에 후한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북측의 결단이 없는 한 핵심 쟁점인 핵 폐기 대상에서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회담을 ‘미뤄진 합의’로 보는 시각 못지않게 ‘결렬의 예고’로 보는 비관론도 적지않다.
■ 대립의 고리, 평화적 핵 이용
역시 핵 폐기 대상과 핵의 평화적 이용이 문제였다. 북한은 주권인 핵의 평화적 이용권리를 제약할 수 없으며 경수로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폐기 대상을 ‘핵무기와 핵무기 프로그램’으로 한정했다. 이에 미국은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등을 포함하는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이 폐기대상으로 규정돼야 한다고 맞섰다.
미국은 “어설픈 합의로 북한이 핵을 포기한 것처럼 하고 미국이 이를 믿는 것처럼 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강경자세를 견지했다. 물론 미국은 북이 핵확산방지조약(NPT)에 가입하면 평화적 이용을 보장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남측은 ‘창의적 모호성’이 필요하다면서 양측의 입장을 적절히 절충한 문구를 제시했지만 북미 양측으로부터 거부당했다.
북한 주장은 북핵 폐기라는 목표를 흔드는 것으로, 전략적 결단을 언급한 북한이 ‘핵 보유’와 ‘협상’의 갈림길에서 멈칫했다는 인상을 주기 충분했다.
■ 누가 더 양보했나
북미 양측 모두 상당히 유연해졌다. 10여 차례 이상의 양자협의와 1차례 만찬을 통해 허심탄회한 얘기를 주고 받아 협상다운 협상을 했다. 전체적으로는 미국이 훨씬 유연했다.
한 관측통은 “회담 직전과 회담 중간의 입장 변화를 기준으로 하면 미국이 더 양보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관계정상화에서는 소극적이었지만 대북안전보장, 경제협력 등 핵 폐기에 따른 상응조치에서 적극적이었다. 안전보장과 관련, 핵으로 미국을 공격하지 않으면 북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소극적 안전보장’이상의 언질도 북한에 주었다는 후문이다. 미국은 자신들의 의무인 상응조치에서 진전된 입장을 내놓았지만 북한은 자신들의 의무인 핵 폐기 문제에서 그러지 못했다.
■ 성과와 전망
이번에 북미협의 본격화, 한국의 주도적 역할 강화 등의 성과는 있었다. 핵심쟁점을 제외한 사안에서는 공감대를 이뤄 앞으로는 핵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3주 동안 북측의 결단이 이뤄져야 하고, 미측도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 북측이 속개시점을 미룰 가능성, 평화적 핵 이용과 경수로 완공 요구 등을 고집할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정부는 향후 한미협의를 지속하고, 8ㆍ15 당국대표단 특사로 서울을 방문할 김기남 노동당 비서를 통해 북측의 결단을 촉구할 예정이다
베이징=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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