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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왜 산에서 한숨만 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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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왜 산에서 한숨만 쉬나요?

입력
2005.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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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산유국들의 고유가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산유국은 막대한 오일 머니를 필연적으로 자국의 산업발전에 쏟아 붇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의 중동 특수경기가 어떤 경로로 우리에게 도착했는지 생각해 본다.

배럴당 100 달러가 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경기예측에 손 놓고 기다릴 게 아니라 오일 머니를 캐러 가야 하지 않는가. 우리 50~60대들은 그랬다. 물론 ‘수출만이 살길’이라고 단순화했기에 온 국민이 매달렸던 시절 이야기다.

중동에서 내 친구 정사장은 맹장이 터져 급한 수술을 받아야 함에도 모처럼 잡힌 일정을 놓치고 싶지 않아 진통제도 맞지 않고 고통을 움켜쥐면서 끝까지 상담을 했다.

친구들이 빈 강관 속에 비닐테이프로 칭칭 감은 소주병을 몰래 보내준 추억도 있다. 중동에서 음주는 사형이라는 극단적인 경고를 알면서도 전해준 친구의 정으로 무사히 공사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시작되는 중동 건설사들의 제안에 대해 그 옛날의 한국이 아니라는 허탈감을 느낀다. “IMF때 해외수주를 전담하던 부서를 없애 더 이상 중동 제안에 답변조차 할 수가 없다.” “공연히 힘들여 알아 보지도 마세요, 요즘 신문을 보세요. 옛날에는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항상 그럴 듯하게 큰 그림을 그리던 분들도, 좋은 곳을 개발해 분양하면 안정적인 수익사업을 하는데 누가 위험을 안고 도전하겠습니까.”

“25년 전 L건설회사 중동 현장 책임자로 근무하던 때가 그리워요. 그런데 지금 가고 싶어도 가려는 회사가 없어요. 사주들은 전혀 도전을 싫어해요. 사회가 신념에 찬 지도자들을 모두 죽여 없애 버렸어요. 그런데 누구를 믿고 어떻게 해외로 갑니까? 지금 일을 하고 싶어 죽겠는데….”

세계가 온통 오일 머니를 유치하려 혈안이 돼 있다. 우리는 중동에서 일한 경험 많은 인재들이 지금 직장을 잃고, 명예퇴직 당해 온통 산에서 한숨만 쉬고 있다. 일을 하고 싶은 미치겠다는 데 말이다.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혼자 못하면(개인창업), 옆사람과 손을 잡고(회사 설립), 그래도 안되면 아래 위로 손을 잡으면(회사 합병)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배낭 메고 산에나 올라 푸념 섞인 한숨만 쉬고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안다. 신명나는 공간만 마련되면, 오늘이라도 용수철 같이 다시 튀어, 제2의 중동특수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음을.

서진형 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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