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실력이 어디 가나.”
최근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다시 불고 있는 ‘주산붐’에 힘입어 14년 만에 국제대회에 출전한 한국 어린이들이 당초 기대를 넘는 좋은 성적을 거둬 ‘왕년의 주산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지난 2일 태국 방콕에서 막을 내린 ‘태국황실공주배 국제주산ㆍ암산수학대회’에서 김지윤(울산 굴화초)양을 비롯해 한국대표 5명이 초ㆍ중등부 부문에서 2∼3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 것. 대회에 참가한 국제주산수학연합회 한국위원회에 따르면 김지윤ㆍ오승효(서울 반포초)ㆍ주휘돈(서울 율곡초) 어린이가 초등 5년부 부문에서 공동 2위에 올랐을 뿐 아니라 국가별로 주는 단체부문에서도 2위상을 받는 기쁨을 누렸다.
특히 5월 열린 국내 예선전에서 1위로 대회에 나간 지윤양은 단 1문제 차이로 대만 학생에게 1등 자리를 내주는 기대이상의 성적을 냈다. 이밖에 중등 1년부에 김민준(울산 삼호중) 학생이 2위에 입상했고 초등 3년부의 이하늘(서울 율곡초) 어린이도 3등상을 탔다. 중등 1년부와 초등 5년부에서 나란히 2위를 한 김민준ㆍ지윤 학생은 친남매 사이로 ‘남매 주산 고수’의 탄생을 알렸다.
한국위원회 측은 “국내에서 한창 주산붐이 일었던 1980년대만 해도 국제대회에 나갔다 하면 1위 자리를 ‘싹쓸이’했을 정도로 ‘주산강국’이었다”며 “14년 만에 출전하는 터라 참가하는데 의의를 뒀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말했다.
5자리 수 덧셈과 4자리 수 끼리의 곱셈을 암산으로 척척 해치우는 지윤양은 “많이 떨렸는데 생각보다 문제가 쉬웠다”며 “오빠랑 같이 상을 타서 더 기분이 좋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태국 주산대회까지 동행한 민준, 지윤 남매의 어머니 서경옥씨는 “대회가 생각보다 커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는데 아이들이 열심히 해 줘서 고맙다”며 환하게 웃었다.
아들 민준군이 1년 전 “수학이 싫어지려고 한다”는 말에 흥미를 돋워줄 방법을 고민하던 서씨는 주산을 떠올렸고 두 남매를 주산학원에 데려간 것이 ‘남매 주산왕’의 시작이었다. 두 남매는 “주산을 배운 뒤 계산이 척척 돼 신기하다”며 빠른 속도로 실력을 키워나갔다고 서씨는 전했다.
서씨는 “처음에는 조금만 하다 어느 정도 실력이 붙으면 그만 두게 하려고 했지만 아이들 수학 성적도 부쩍 향상됐고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도 냈으니 자신들이 하고 싶다고 할 때까지 계속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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