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을 9일 소환키로 해 ‘삼성-중앙일보-정치권’의 검은 거래 의혹이 담긴 도청테이프 내용에 대한 본격 수사가 시작됐다. 불법자금 전달자와 전달 지시자로 등장하는 홍석현 주미대사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검찰은 삼성 관련 도청자료를 제보받은 MBC 이상호 기자가 출석하는 날 삼성 수사 착수 사실을 밝힘으로써 ‘수사가 균형을 잃었다’는 비난을 불식시키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수사 신호탄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황교안 2차장은 5일 “이 본부장을 9일 소환해 참여연대가 고발한 혐의에 대해 조사할 것”이라고 도청내용 수사 착수를 밝혔다.
참여연대가 홍 대사와 이건희 회장, 이 본부장 등을 고발한 지 2주만이다. 이 본부장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을 만나 여야 대선 후보 캠프에 대선자금을 전달하는 것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 수사 착수는 ‘피할 수 없는 것은 피하지 않겠다’는 검찰의 입장정리를 보여준다. 4일 밤 안기부 전 미림팀장 공운영(58)씨 구속으로 도청자료 유출 부분에 대한 수사가 일단락됨에 따라 고발 대상인 도청 내용을 수사하는 것이 자연스런 순서라 할 수도 있다. 고발사건의 경우 어떤 식으로든 사건을 종결해야 하기 때문에 피고발인 수사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수사착수만으로 사법처리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당사자들이 논의 내용을 부인할 경우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 홍 대사에 대한 조사도 차기 주미대사가 부임하지 않으면 이른 시일 내 이뤄지기 어렵다. 2003~2004년 대선자금 수사에서 대검도 ‘이건희 회장의 개인 자금으로 대선자금을 제공했다’는 삼성의 논리를 깨지 못했다.
이번 수사에서도 정치권에 제공한 자금이 회사돈이라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이 회장 등을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ㆍ횡령 혐의로 처벌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상호 기자 기소될까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것은 명백하지만, 언론의 입장에서 공익과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보도가 불가피했던 측면이 고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자가 도청자료를 입수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자료 유출에 개입했냐 하는 것도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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