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림팀장 공운영씨는 1999년 불법 도청 테이프를 국정원에 반납하면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천용택 당시 국정원장에 대한 도청테이프 2개를 천 원장에게 ‘협박용’으로 따로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이 테이프 회수 후 왜 공씨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고 사업 등을 지원했는가 하는 의문을 풀어줄 수 있는 대목이다.
5일 국정원 발표에 따르면 공씨는 99년 12월 4일 국정원 보안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테이프 반납의사를 밝힌 뒤 당일 보안과장이 서울 서초동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하자 261개 테이프 등이 담겨 있는 박스 2개를 넘겼다.
이 때 별도의 테이프 2개를 따로 건넸다. 공씨는 “2개 테이프는 천 원장에 대한 것”이라며 “천 원장에게 직접 전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A3용지 10매에 해당하는 서신도 제출했다.
서신에는 ‘직권면직에 따른 억울한 심정’,‘테이프 유출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공씨는 테이프를 반납한 후 1~2주가 지나 “천 원장이 한번 만나고 싶어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지만, 천 원장이 갑자기 경질돼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천 원장이 2개 테이프를 들어본 후, 공씨에게 “내용에 대해 입다물어 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기 위해 만나기를 원했을 가능성이 높다. 공씨와 천 전 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2개 테이프’의 내용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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