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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연정론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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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연정론 단상

입력
2005.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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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얘기가 나오자 노무현 변호사는 대뜸 농담을 했다. “남자한테는 여자가 서너 명은 항상 있어야지. 한 명은 가정용, 한 명은 함께 춤을 출수 있는 뺑뺑이용, 또 한 명은 인생과 예술을 논하는 오솔길용, 이 정도는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순간 운동권 청년들의 안색이 확 바뀌었다. 그는 참 난처했다.

그 뒤 청년들의 권유로 ‘하늘의 절반’이라는 책을 읽고 대오각성했다고 한다. 1994년 펴낸 그의 에세이집에 실린 회고이다. 이 글을 떠올린 것은 최근 노 대통령의 연정론(聯政論) 제안이 연정론(戀情論)으로까지 희화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 당원들에게 보낸 ‘지역구도 등 정치구조 개혁을 위한 제안’은 꽤 길고 진지한 서간문이었다. 모처럼 청와대 홈페이지에 들어가 그 글을 읽는 데 20분은 족히 걸렸다. 한나라당과의 동거(同居)정부 구상도 들어있는 제안은 그러나, 대부분의 정당과 언론에 의해 보기 좋게 거절 당했다.

몇 시간도 안돼 신속하게 나온 거부 반응들을 보며 차라리 서글펐다. 정밀한 내용검토도 거치지 않고 신속하고 인상비평적으로 다뤄도 좋을 만큼, 지금 우리 정당 시스템은 결함이 없는 것일까. 이제는 언론들이 그 제안을 '스토커’에 비유하는 등 개그처럼 다루고 있다.

△ 낯선 제안은 대개 복잡한 생각을 요구하기 때문에 배척 받는다. 하지만 이 편지는 ‘세계 여러 나라가 연정을 하고 있는데, 왜 유독 우리는 연정 이야기만 나오면 펄쩍 뛰는가’ 라고 묻고 있다.

노 대통령은 또 “연정 제안을 통해 진정으로 제안한 것은 지역주의 해소를 위한 선거제도 개선”이라고 부연 설명도 했다. 당선자 시절 그는 프랑스식 동거정부 구상을 예고한 바도 있다.

△지역구도 타파에 대한 대통령의 열정을 인정하더라도, 연정론에는 하나의 큰 허점이 있다. 이념과 노선에서 별 차이가 없는 것이 우리 정당의 실상이다. 정책정당으로 진화해야 하는 숙제를 풀지 못한 지진아인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노선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노 대통령의 지적이 바로 우리 정치의 후진적 실상을 말해준다.

그런데 지역구도만 해결되면 민주주의가 완성되는가. 연정에 대한 조바심으로 개혁 정당의 초심만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책정당으로서 새 비전도 담은 연정론이라면 다시 조심스레 읽어보고 싶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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