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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사랑에 빠진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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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사랑에 빠진 거인

입력
2005.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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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섬나라 아이슬란드.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는, 북극에 가까운 이 섬은 화산 활동으로 생겨났다.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은 21% 뿐이고 황무지, 눈 덮인 산, 용암에 덮인 대지, 화산이 많아서 땅이 울리거나 산사태가 나고 화염이 솟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라고 한다.

‘사랑에 빠진 거인’은 이 낯선 나라의 옛날이야기 그림책이다. 지진과 산사태는 왜 일어나고 산의 거대한 바위들은 어디서 온 것인지 말해주는 재미있는 옛날이야기가 멋진 그림책으로 만들어져 이 나라의 자연과 정서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이 나라에서는 산마다 거인이 살고 있다고 믿는다는데, 이 책의 주인공은 돌이 되어버린 여자 거인 ‘플럼브라’다. 먼 데 살고 있는 남자 친구가 보고 싶어서 여덟 명의 아이를 데리고 길을 떠났다가, 햇빛을 받으면 돌이 되는 것을 깜빡 하는 바람에.

이 이야기 속 거인들은 아주 못생겼고 게으르고 또 바보 같다. 하지만 그런 플럼브라와 아이들이 돌이 되어버렸을 때 제비와 산새들이 노래를 불러주고, 풀과 이끼, 하얀 눈이 포근하게 덮어준다는 이야기는 척박한 땅에서 자연을 사랑하고 온기를 나누며 살아가는 이 나라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익살을 짐작케 한다.

사랑에 빠진 두 거인이 기뻐서 쿵쿵 뛰었더니 지진이 나고, 플럼브라가 남자 친구가 올까 봐 100년 만에 처음으로 집 청소를 하면서 이것저것 집어던졌더니 산사태가 났단다. 플럼브라의 젖이 끝없이 흘러 산 아래 크림빛 호수가 생겼다는 이야기도 재미있다.

이 책에서 그림으로 보는 거인들은 우툴두툴한 피부에 못생기고 멍청하지만 착하고 행복한 표정이다.

돌이 되어버린 플럼브라가 자기 얼굴 위에 꽃과 새를 얹은 채, 또 머리와 어깨에 흰 눈을 인 채 짓고 있는 미소는 얼마나 흐뭇한지. 덩달아 빙그레 웃다가 책장을 덮는 순간 불쑥 드는 생각. 아이슬란드에 가고 싶다. 플럼브라를 만나러.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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