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양측이 평화적 핵 이용권리를 핵 폐기 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결을 벌이는 가운데 4차 6자 회담의 성패를 가를 한국측의 막판 중재 노력이 전개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남북한과 미ㆍ중ㆍ러ㆍ일 등 6개국은 회담 11일째인 5일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북미 차석대표 접촉, 남북ㆍ미중ㆍ일중 협의 등을 갖고 폐기 대상, 북미관계정상화 등에 관한 이견을 좁히려 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북한은 폐기 대상을 중국측 4차 초안대로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으로 규정할 경우 평화적 핵 이용권을 제한한다면서 ‘핵 프로그램’ 대신 ‘관련 프로그램’, ‘핵무기프로그램’ 등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폐기 대상을 모호하게 하면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등이 제외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전날 북미 양측에 중재방안을 제시한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는 이날 “북미간 이견은 좁혀질 수 있고 현재 새로운 초안이 마련될 가능성의 문이 열렸다”며 “정 타협이 어려울 경우 ‘창의적 모호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표현의 모호성을 일부 허용하되, 내용상으로는 중국측 초안이 유지되는 문구를 중재안으로 제시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이 연구용 원자로를 핵무기 생산용 시설로 전환시켰던 과거 사례로 볼 때 우리는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공동문건은 적확성과 명료성을 가져야 한다”며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한 척 하고 우리는 그것을 믿는 척 하는 상황이 돼선 안 된다”고 못박았다.
따라서 북측이 결단을 내리지 않거나, 미국이 한국측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번 회담은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북미 양측의 장내 대결 못지않게 장외 대결도 가열되고 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전날 밤 북한대사관에서 “우리가 평화적 핵 이용권리를 갖는데 유독 한나라(미국)만 반대한다”며 미국이 고립돼 있음을 주장했다.
이는 힐 차관보가 “미국 등 5개국이 중국측 초안에 동의하는데 북한만이 다른 입장”이라고 말한 데 따른 응수였다. 하지만 회담 관계자는 “평화적 핵 이용문제에서 북한편을 드는 나라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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