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합법적인 휴대폰 감청을 위해 이동통신 기지국에 감청장비를 부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수사기관의 편의 만을 위한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고, 이동통신 업체들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김승유 국정원장은 5일 국내 언론사 편집국장 및 보도국장과 조찬을 갖고 “국정원이 (국가 안보상) 합법적인 감청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외국의 입법사례를 고찰해 관련 법규를 만들고 장비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법무부가 수사기관의 감청장비 설치를 합법화하는 통신비밀보호법 시행령 개정에 나선 데 이어, 국정원의 감청 기능을 양성화하고 이통사의 협조 의무를 강제화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국정원의 이 같은 방침이 전해지자 시민단체는 “전 국민을 볼모로 한 감청 입법을 즉각 중단하라”며 강력 반발했다. 서울YMCA 김희경 간사는 “국정원이 추진하는 법안의 최대 수혜자는 국민이 아닌 수사기관”이라며 “오로지 수사기관의 편의를 위해 국민의 통신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통신 업계도 “국정원이 현실적 제약요인을 무시하고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감청 합법화를) 추진해서는 곤란하다”며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국정원이 그동안 어떤 방식으로 도·감청을 했는지 검증도 안된 상태에서, 감청을 위해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원활한 서비스가 제한 받는 상황이 초래된다면 전 국민이 사용하는 통신 인프라에 심각한 위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동통신 업계는 이미 법무부가 추진 중인 통신비밀보호법 시행령과 관련, “불가능한 행위를 강제하고 있다”며 반발해 왔다.
시행령 21조는 “전기통신사업자는 통신제한조치 및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에 필요한 설비·기술·기능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최근까지 “휴대폰 도·감청은 불가능하다”고 정부와 업계가 한 목소리를 내온 것과 정면 배치된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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